故 김수환 추기경 조문 인파로 명동성당에 인산인해

장례, 서울대교구장으로, 5일장‥20일 용인 천주교 성직자묘지 안장 김경중 기자l승인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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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 이틀째인 17일 밤 늦은 시간까지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조문객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故 김수환 추기경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조문행렬이 17일 밤 늦은 시간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 故 김수환 추기경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조문행렬이 17일 밤 늦은 시간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이 허용되자 명동성당 본관 대성전에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성당 측은 오후 10시 현재의 조문객 수를 9만여명으로 파악했다. 일반인 조문은 자정까지 할 수 있어 이날 하루 동안의 전체 조문객 수는 근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평생 사랑을 실천하면서 존경을 한몸에 받아온 고인의 행적을 실감케 했다.

넓은 성당 안은 30분도 안 돼 자리가 꽉 찼고, 성당 밖에는 조문행렬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만들어졌다.

이 줄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명동성당 들머리를 거쳐 남산 1호터널로 향하는 대로변까지 2㎞ 정도 이어졌다. 점심때를 전후해서는 2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김 추기경의 주검이 안치된 유리관 앞에서 추모 기도를 할 수 있었다.

명동성당 측은 조문행렬이 너무 길어지자 대성전 입구에서 '매우 혼잡하오니 조문은 목례만 간단히 해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써서 당부하기도 했다.

성당 측은 오후 8시 현재 조문객 수를 6만5천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일반인 조문은 자정까지 할 수 있어 이날 하루 동안의 전체 조문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권에 머물렀고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도 거셌지만, 우리 사회 `큰 어른'의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존경과 애도의 뜻을 표하려는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노민자(58.여.송파구 문정동)씨는 "몸은 많이 추웠지만 추기경님을 뵙고 싶은 마음에 견딜 만했다. 안 왔으면 매우 아쉬울 뻔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는 박용순(49.여)씨도 "2시간을 기다렸는데 솔직히 추운 줄 몰랐다"며 "추기경님과 예수님이 축복을 내려주셨는지 어제보다 덜 추운 것 같다. 돌아가신 후에나마 만나뵈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전했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명동성당 지하 소성당 등을 찾아 추모미사를 드리고 연도(煉禱.천주교식 위령기도)를 바치며 진심으로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했다.

특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추모행렬에 동참한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어 애도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고 명동성당 언덕에서 조문 차례를 기다리던 김철한(39)씨는 "어제 TV로 소식을 접하고 망설이다 꼭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성당을 다니며 존경하던 분이고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들 때 안식을 주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왔다는 이범명(84) 할머니는 "나는 가난해서 글도 모른다. 다리가 불편해서 구부리지도 못하고 여기 오는 동안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추기경님께 너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신자들도 `우리 사회 큰 어른'의 선종을 애도하기 위해 기꺼이 조문에 동참했다.

불교 신자라고 밝힌 장미은(48.여)씨는 "과연 이런 분이 모든 종교를 통틀어 또 나올까 싶다"며 "종교 이념을 떠나서 우리 사회에 공헌한 김 추기경의 업적이 참 고맙다는 생각에 나왔다. 꼭 한번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장로교회에 다닌다는 천경순(75) 할머니는 "마음 속으로 굉장히 존경하던 분이어서 몸이 안 좋은데도 나왔다"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20일 용인 천주교 성직자묘지 안장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는 20일 오전 10시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열리고, 장례 미사를 끝낸 고인은 장지인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장례위 위원장은 정진석 추기경, 부위원장은 염수정 주교, 김운회 주교, 조규만 주교 등 3명이 각각 맡으며 한국천주교주교단이 고문 역할을 담당한다.

또 운영위원장 안병철 신부, 운영본부장 조학문 신부,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 의전담당 김철호 신부, 명동성당 및 전례 담당 박신언 몬시뇰 등으로 구성됐다.

장례위는 장례종합상황실도 명동성당 별관에 설치했다.

장례는 서울대교구장으로, 5일장으로 치러진다.

교황의 선종과 마찬가지로 추기경의 시신은 유리관에 안치돼 조문객들이 그의 마지막 얼굴을 볼 수 있다. 일반 신부들의 경우는 지하 성당에 안치되지만 추기경에 대한 천주교의 장례 의식에 따른 것이다.

19일 오후 5시에는 시신을 정식으로 관 속에 옮기는 입관 의식이 치러진다.

후임 추기경 교황 뜻에 달려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6일 선종함에 따라 한국천주교의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 한 명만 남게 됐다.

추기경 임명은 교황의 고유 권한으로 고 김수환 추기경 후임이 탄생할지는 전적으로 교황의 뜻에 달려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1969년 바티칸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이후 2006년 정진석 대주교가 두번 째로 추기경 자리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현재 누가 후임 추기경이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가톨릭계도 큰 어른이 선종하자마자 추기경 후보를 거명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의 위상과 역할, 교세를 감안할 때 추기경이 한 명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중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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