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순간도 "고맙다"…큰 고통 없이 영면

김 추기경 '안구기증'‥전국 종교계 종파와 무관 애도의 발길 이어져 김성수 기자l승인20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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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16일 오후 선종(善終)한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큰 고통 없이 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면서 "선종때까지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추기경께서는 평소 늘 하시던 말씀대로 임종을 지켜본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고 덧붙였다.

고 김 추기경은 지난해 7월 노환으로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한때 호흡 곤란으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면서 위중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크게 위중하지는 않았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특히 김 추기경은 선종 순간까지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은 채 스스로 호흡하고,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있었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폐렴은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는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으며, 설사 걸린다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치유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활동량이 적은 노인이나 과거에 결핵이나 폐렴을 앓았던 사람, 또는 지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며 감염확률 또한 급격히 높아진다.

고인의 생전 장기 기증 약속에 따라 선종 후 병실에서 안구 적출 수술로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의 삶을 실천했다. 김 추기경의 안구 기증으로 2명이 새 빛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이날 밤 명동성당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교황의 선종과 마찬가지로 추기경의 시신은 발인 때까지 유리관에 안치돼 조문객을 맞는다.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20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으로 장례미사를 치르기로 했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 마련된다.

한편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각 종교계는 종파와 무관하게 전국에서 동시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불교계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명의의 애도문을 통해 "종교계의 큰 스승이었던 김 추기경의 선종을 불교계 사부대중과 함께 애도하고 이웃의 고통을 대신해 살아오신 평생의 지표가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천주교인들의 슬픔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또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인 김 추기경은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았다"면서 "무엇보다 개신교와 함께 교회일치운동을 함께 해 온 분이어서 더욱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권 총무는 "우리 사회의 평화와 정의, 민주화를 위해 고인이 다하지 못한 것을 후대 사람들이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버팀목이었던 큰 별이 졌다"며 "어려운 시기 정신적 지주였던 어른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회장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그 빈 자리를 우리가 함께 메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영상=서울신문]

◇ 김수환 추기경 약력

▲1922년 5월8일(음력) = 대구 출생
▲1941년 = 서울 동성상업학교 졸업 후 일본 동경 상지대 입학
▲1942년 = 상지대 문학부 철학과 진학
▲1944년 = 2차 대전으로 학업 중단
▲1947-51년 =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 신학전공
▲1951년 = 사제서품 및 대구 대교구 안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1953년 = 대구 대주교 비서 신부
▲1955-56년 = 대구 대교구 김천시 황금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1956-63년 = 독일 뮌스터대 대학원 사회학전공
▲1964년 = 주간 가톨릭 시보(현 가톨릭신문) 사장
▲1966년 = 마산교구 주교 서품 및 마산 교구장 착좌
▲1967년 이후 = 교황청 세계 주교 시노드(대의원회의)에 한국대표로 6차례 참석
▲1968년 = 서울 대주교 승품 및 서울 대교구장 착좌
▲1969년 =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 서임
▲1970-75년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1차 역임)
▲1970-73년 =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1975-98년 = 평양교구장 서리
▲1981-87년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2차 역임)
▲1998년 = 서울대교구장 은퇴, 아시아 주교회의 공동의장
▲1998-99년 = 실업극복국민운동 공동위원장,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 초대 이사장
▲2001년 = 사이언스 북 스타트운동 상임대표
▲2003년 = 생명21운동 홍보대사
▲2009년 2월16일 = 선종

◇ 명예학위

▲1974년 = 서강대 명예문학박사
▲1977년 = 미국 노틀담대 명예법학박사
▲1988년 = 일본 상지대 명예신학박사
▲1990년 =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미국 시튼홀대 명예법학박사
▲1994년 = 연세대 명예신학박사
▲1995년 = 대만 푸젠 가톨릭대 명예철학박사
▲1997년 = 필리핀 아테네오대 명예인문학박사
▲1999년 = 서울대 명예철학박사

김성수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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