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부부 '강간죄'…법원 판단에 '관심집중'

부산지법 공소장 변경 통해 사건 심리 김성수 기자l승인2009.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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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했다면, 그리고 남편이 아내를 위협해 성관계를 가졌다면 강간죄가 성립될까?

트랜스젠더와 부부간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2건의 재판이 최근 부산지법에서 진행 중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기소한 A(28) 씨는 지난해 8월 31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트랜스젠더인 B(58) 씨를 흉기로 위협해 10만 원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검찰은 특수강도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부의 권유로 검찰이 강제추행 대신 강간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로 강간죄의 피해자를 부녀로 한정하고 있다.

1996년 대법원은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트랜스젠더는 강간죄 규정의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강제추행죄는 물을 수 있지만, 강간죄는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권유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점으로 미뤄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인 고종주 부장판사는 2002년 성전환자의 사회적, 심리적 성별을 인정해 국내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는 대법원에서도 인정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법해석을 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깨고 굳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강간죄를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어 이달 말로 예정된 선고 결과에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같은 재판부에는 외국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C(42) 씨에 대해 특수 강간 혐의가 적용돼 재판이 진행 중인데 과연 부부간에 강간죄가 성립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혼 위기에 있는 부인을 성폭행한 남편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한 적은 있지만 그동안 부부간 강간죄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강간죄로 보호하려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면 이는 부부간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부부관계의 특수성과 민법상 동거의 의무 등을 내세워 피해자의 승낙 여부에 따른 강간죄 적용은 무리라는 반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만약 법원에서 부부간 강간 혐의를 인정하면 C 씨는 징역 5년 이상을,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되면 3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된다.

부부 강간 혐의에 대한 판결은 16일로 예정돼 있어 결과에 따라 법조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김성수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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