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나이 계산 기준 '만 나이' 방침‥정착될 수 있을까?

1962년 '만 나이' 도입됐지만···'세는 나이' 관습 여전 유상철 기자l승인2022.04.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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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전환' 캠페인 병행 방침···당분간 혼란 불가피 '유예기간' 필요

[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윤석열 정부가 혼용돼 사용되고 있는 나이 계산 기준을 '만 나이'로 통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60년간 사용돼 왔던 '세는 나이'와 '만 나이', '연 나이'가 정리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왼쪽)와 박순애 인수위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브리핑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11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 단기력 대신 서기력을 도입하면서 '만 나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 △만 나이(국제통용기준) △연 나이(현재연도-출생연도, 일부 법령에서 채택) 계산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어, 각종 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석할 때 혼선이 종종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는 등 만 나이 정착을 위한 시도는 계속됐지만 한국인들의 세는 나이 사용 관습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족보 브레이커' 만들었던 '코리안에이지', 이제는 진짜 사라지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태어날 때부터 1살이 되고 새해마다 1살이 늘어나는 일명 한국 나이(Korean Age), '세는 나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민법 등 법률관계에서는 출생일부터 연령을 계산하는 '만 나이'를 채택한다. 우리 민법 제158조는 "연령 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의 나이 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취학 연령(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청소년의 나이(청소년보호법), 군 입대 연령(병역법)은 '연 나이'를 쓰는 형국이다.

10여년 전에는 만 나이에 따라 3월1일부터 그다음 해 2월 말일까지 출생한 아동이 함께 입학했지만 한국식 세는 나이 문화와의 괴리로 일명 '빠른 연생'이 탄생했다. 이들은 '족보 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관련 시행령이 바뀌면서 같은 해 출생 아동이 모두 함께 취학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결국 취학 연령도 연 나이를 쓰게 된 셈이다.

연 나이는 취학, 병역 등 나이와 관련된 사무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행정적 편의성이 높았지만,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나이'를 부여한다는 번거로움도 함께 가져왔다.

여러 나이를 혼용함에 따라 혼란이 국민 생활 곳곳에서 나타났다.

남양유업에서는 '56세'로 명시된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 나이를 두고 이것이 '한국식 세는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 노사가 6년 넘게 다툰 사례가 있다. 1심은 만 55세, 2심은 만 56세로 판단했지만 최근 대법원은 만 55세로 해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식 세는 나이가 국제 사회에서 생소해 불편을 야기하고 위계질서를 만들어 내 사회 분위기를 경직시킨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만 나이 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한국식 나이 폐지 찬성은 71%, 반대는 15%로 나타났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만 나이로 통일해야 한다는 청원이 200개 이상 올라왔다.

◇ 당분간 혼선 불가피···2~3년 유예기간 필요

인수위는 내년 초까지 나이 셈법을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률을 통해 만 나이 사용 원칙을 확립하고 인식 전환 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민법'에 만 나이 적용 원칙과 표기 방법을 명문화하고, '행정기본법'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만 나이' 만을 사용하고 만 나이를 권장하고 홍보할 의무를 담을 계획이다.

이 간사는 "법제처는 내년까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금년 중으로 행정기본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 나이로 통일될 경우 당분간 입학, 병역, 은퇴 등에서는 혼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나 임금피크제 등도 연령 기준 변화에 민감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수능 응시는) 취임하면 바로 이 부분을 정리할 것이니 입시 등에 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 "은퇴 연령은 현재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등 연 나이를 기준으로 한 법률의 경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점진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만 나이 통일 후) 2~3년은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만 나이와 연 나이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 나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노력과는 별개로 시민들의 습관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식 세는 나이는 전통적이고 사람들 의식에 자리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진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만 나이가 쉽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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