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봉투 열어보니 '이재명 찍은 표'‥선관위 "단순 실수" 황당 괴변

'역대 최고' 열기 속 사전투표···'확진자표 관리부실' 대선승패 새 변수로 유상철 기자l승인2022.03.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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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변호사TV] 은평구 신사1동 사전투표 부정선거 현장출동(현행범 적발)

[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36.93%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3·9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돌출했다.

▲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투표 관리 부실로 질타를 받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 관리 미흡에 유감을 표시하고,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쳐/뉴스1]

5일 저녁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선관위의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직접 나서 중앙선관위를 질타했다.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이날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선관위 측은 '단순 실수'라는 황당한 괴변으로 일관해 많은 국민들이 관련자들의 태도를 질타하며 격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확진자 사전투표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직접 넣지 않고 남이 대신 넣는 방식

현장에서 가장 큰 반발을 부른 대목이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해 투표용지의 해당 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유권자 자신이 투표한 용지는 자신이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확진자 사전투표는 유권자가 본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는 대신 참관인 등 투표소 관계자에게 투표용지를 건넨 뒤 해당 인사가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도입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였으나 유권자 입장에선 본인 투표지가 투표함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 셈이다. 선관위가 이런 방식을 도입한 것도 거의 홍보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5일 전국의 투표소 곳곳에서 유권자들이 “내 투표지를 왜 남에게 주냐”고 항의해 투표관리인 등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탓에 투표가 일시 중단된 곳도 있었다.

일각에선 투표지를 참관인에게 전달토록 한 선관위의 방침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란 주장도 나온다.

◆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

일부 투표소에선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 선관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5일 오후 6시쯤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에서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가 진행되던 중 유권자 3명이 ‘이재명 후보’ 기표란에 이미 도장이 찍힌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받았다. 이를 받아든 유권자는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은평구 선관위 측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는 게 아니라 참관인 등을 통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이미 투표를 마친 다른 사람에게 받아든 봉투를 새로 투표해야 할 사람에게 배부해 생긴 혼선이라는 것이다.

▲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 및 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독자 제공/뉴스1]

실제 현장에서 유권자에게 직접 항의받은 세 건 외에도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선 사전투표 종료 뒤 확인 결과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추가로 2장 더 확인됐다고 한다.

◆ 종이박스에 쓰레기 봉투까지 동원

공직선거법 151조 2항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표소 1개당 1개의 투표함만 두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함이 여러 개인 경우 관리가 어려울뿐 아니라 누군가 결과를 왜곡시키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진자가 투표한 뒤 기표용지를 담는 '임시투표함'이 지나치게 부실했다. 종이박스에 싸인펜으로 '확진자용'이라고 써놓고 박스 입구를 훤히 열어 놓거나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부 지역에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기표용지를 담아 거둬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선 참관인 등이 확진자용 투표함을 지키고 있지 않아 온라인에선 "누군가 가져가도 모르겠다"거나 "바람에 날라갈 수도 있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추위에 너무 오래 대기

비교적 원만하게 확진자 투표가 진행된 곳에서도 오랜 시간 추위에 떨며 투표소 밖에 대기시킨 문제가 발생했다.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이모(41)씨는 "여기에선 확진자도 정식 투표소에 들어가 직접 들어가 투표할 수 있었다"면서도 "오후 6시에 일반 유권자 투표가 종료될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서도 새로 투표소를 정돈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고성으로 항의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선 "코로나로 몸도 성하지 않은 사람들을 추위에 1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리게 하다니 화가 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같이 이번 사전투표 중 발생한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 논란의 불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명쾌하게 관리되지 않을 경우 자칫 대선 이후 불공정 시비나 선거 승복여부와도 연관될 수있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표 부실 관리가 선거 승패에도 영향을 주는 뇌관으로 여야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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