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불법 담합' 가격 인상 적발

레미콘업계, 수익성 하락에 수십년 간 '가격·물량' 조작 이경재 기자l승인2022.02.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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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이경재 기자] 시멘트업계 국내 1위인 쌍용C&E가 2월부터 일부 시멘트 가격을 약 18% 인상하기로 한가운데 시멘트 업계가 수십 년 간 수도권 일대에서 레미콘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고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혔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자료사진]

이번에 공정위가 적발한 19곳 시멘트 업체들은 2013년부터 무려 8년 간 가격·물량을 불법 담합행위로 인상한 것도 모자라 시멘트 업체가 이를 위반하면 물량을 차감하는 페널티까지 부과하는 등 악성 담합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도 역시 오랫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불법 담합에 의해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가격 인상에는 건설사들이 함부로 대처가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적발된 시멘트 업체들은 최근 채석장 붕괴로 노동자 3명이 숨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받고 있는 삼표산업이 포함됐으며, 신성콘크리트기업‧유진기업 등 무려 19개 업체가 가격담합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담합에 나선 업체들은 이번에 약 13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번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민간 레미콘 업체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10억 원 이상의 과징금을 낸 곳은 신성콘크리트공업이 19억43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진기업(18억9800만원)·삼표산업(12억4300만 원)·우신레미콘(11억1500만 원) 등 4곳이다.

성신양회와 동양도 각각 6억7100만원, 5억9700만원의 벌금을 냈으며, 쌍용레미콘과 우진레미콘은 각각 4억9500만원 3억29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다만 담합에 나선 대원아스콘지점대원레미콘(7800만원)·신성레미콘(5800만원)·태창레미콘(2300만원) 3개사는 1억 원 미만이다.

특히 신성콘크리트공업과 유진기업, 삼표산업 등 이들 3개 업체는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서울 은평구 등 이번 사건 대상에 포함된 모든 지역에서 담합을 주도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2013년 3월 지역별 대표자급·영업팀장급 모임을 구성해 가격과 물량에 대한 담합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카오톡‧텔레그램‧네이버밴드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수시로 담합을 논의했으며,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각 업체 영업팀장들은 감시조를 편성해 경쟁사 공장을 수시로 감시하는 한편 출하가격과 출하량도 주기적으로 체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가격 담합에 나선 19개 시멘트업체 모두 경기 고양시·서울 은평구·파주시를 대상으로 자사 공장이 소재하지 않은 상대 지역 레미콘 수요처에 서로 레미콘을 공급하지 않기로 하고 거래처를 나눠 갖는 모의했다.

간혹 상대지역에 공급하는 상황이 생기면 해당 지역에 소재한 업체가 대신 납품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파주 지역 업체가 고양 지역에 레미콘을 공급하게 되면 고양 지역 업체가 대신 납품하고, 해당 파주지역 업체가 고양 지역 업체로부터 납품 대금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가격담합에 나선 것이다.

▲ 시멘트 업체 별 과징금 부과 액수. [자료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특히 신성콘크리트공업‧유진기업‧삼표산업‧아주산업‧우진레미콘 등 5개사는 경기 고양시 및 서울 은평구 지역 개인 고객에게 판매하는 레미콘 납품가격을 기준단가 대비 80%~85%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보통 레미콘 업체들은 기준단가에 거래 건별로 다른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레미콘 판매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들 레미콘 업체들은 서로 동일한 기준단가표를 사용해 할인율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들은 2013년 초부터 사건 지역의 레미콘사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레미콘 시세가 하락하고, 수익이 악화되자 이같은 담합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전년도 공급량과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수요처별로 레미콘 공급물량을 서로 배분하기도 했다. 신성콘크리트공업, 유진기업, 삼표산업, 우신레미콘, 신흥 등 17개사는 경기 파주 지역에서도 담합을 벌였다. 개인 고객에게 판매하는 레미콘 납품가격을 기준단가의 78∼95% 수준으로 정했고, 고양 지역처럼 공급물량도 서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멘트 가격과 시장 점유율을 담합한 삼표시멘트‧성신양회‧쌍용양회‧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 등 5곳 업체를 대상으로 7억 7000만원 벌금형 판결을 내린바 있다. 한일시멘트는 가장 많은 2억 원, 삼표시멘트·성신양회·쌍용양회는 각각 1억5000만원·현대시멘트(한일시멘트 합병) 1억2000만 원의 벌금액이 확정된 것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2010년부터 시멘트 가격이 하락가자 2010년 하반기부터 2013년 4월까지 업체 별 시장 점유율을 정한 뒤 시멘트 가격 인상을 담합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조정하거나 가격을 인상해도 건설사들이 대처할 방법이 모호하다는 점을 노리고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특히 건조시멘트 모르타르의 국내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등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모르타르 가격과 권역별 시장 점유율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해당 레미콘 판매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 판매사"라며 "앞으로도 건설 원부자재 등 전·후방 산업에 걸쳐 연관효과가 큰 중간재 품목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원은 당시 시멘트업체 영업본부장 등 가격담합 행위를 주도한 임원들에게는 실형을 선고했다. 한일시멘트 유모 전 영업본부장과 성신양회 장모 전 영업본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쌍용양회 조모 전 영업본부장에게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에 처한 것이다.

재판부(명재권 부장판사)는 "시멘트 회사들의 담합 행위는 이전에도 수차례 적발됐지만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담합 행위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침해하고 독과점 이윤에 따른 시장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헌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서 국민 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매우 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경재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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