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년여 만에 최고 수위 도발‥한반도 긴장 속도 빨라져

대미 '대결전' 강도 높여···2017년 '핵 무력 완성' 이후 최고조 도발 유상철 기자l승인2022.01.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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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북한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위에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한반도 긴장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북미가 '핵 단추' 언급으로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2018년 정세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 선언의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1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8기 제6차 회의를 소집"했고, 김정은 당 총비서가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IRBM)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000~5000㎞ 정도로 분류되며, 이는 미국의 괌을 사정권에 둘 수 있을 정도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영토를 직접 겨냥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셈이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는 2017년 이후 5년여 만이며, 같은 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미국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발사된 것도 처음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IRBM 발사 이후 직접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해 이번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했음을 지적했다.

정부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전 6번의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북한에 대해 '유감' 수준의 입장을 표한 것과 비교하면, 정부 역시 이번 무력시위가 안보정세를 '엄중하게' 바꿨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 역시 발 빠르게 이번 사안에 대응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성명을 내고 이를 "규탄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국무부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후 김정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초 '핵 단추' 논쟁을 벌이면서 한반도 위기는 극대화됐다.

북한은 지난 19일 정치국 회의를 통해 미국의 행정부가 아닌 '미 제국주의'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 후 이어진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행동으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모라토리엄' 선언 철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미국 영토를 겨냥하는 미사일까지 발사하며 4년 전의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발의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전략은 미국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외교적 포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정상적' 국방력 강화 행보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한미가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보면 북한의 의도를 더 명확하게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 대회에서 밝힌 1만5000km 사정거리 내 목표물에 대한 명중률 제고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할 것을 국방력 강화의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올 들어 북한이 6개의 각기 다른 운용 방식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 영토를 노릴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가장 나중에 발사한 것은 다음 행보가 ICBM 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단행된다면 북미 관계의 분위기는 즉각적으로 2017년~2018년 초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모라토리엄의 철회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행위를 용인할 수 있는 최대 수준, 곧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사실상 시작한 상황에서도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면서, 북한의 다음 행보가 언제일지 예측하는 것도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일단 북한은 모라토리엄의 철회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각 부문에 하달한 상태다. 이에 대한 각 부문의 판단이 상부로 보고되고, 김 총비서가 지난 19일 정치국 회의처럼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전히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효한 상태긴 하다.

추가 제재를 피하는 것이 이익인 북한의 입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과의 대결전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즉각적으로 선을 넘어 대북 추가 제재라는 결과를 떠안기보다는 관계 악화 국면을 이어가면서 미국의 변화를 노리겠다는 의도로 볼 여지도 있다.

북한이 ICBM, 미사일 자체보다는 관련 기술을 과시할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내달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 80주년을 '성대히 경축'할 것을 결정한 바 있는데, 인공위성 발사를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이를 계기로 ICBM 기술 과시와 내부 결속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세와 국제사회 여론의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한미의 외교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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