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표절 의혹 무승부?‥김건희 재조사, 이재명도 못피해

국민대, 결국 재조사…교육부, 가천대에 검증 압박 이미영 기자l승인2021.11.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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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자율성 훼손"…"논문엔 검증시효 없어"

[서울투데이=이미영 기자] 교육부 압박에 못 이긴 국민대가 결국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덩달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석사학위 논문도 5년여 만에 다시 검증을 받게 됐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국회사진취재단]

여야 대선주자들이 관련된 정치적 논란에 교육부가 개입하면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비빌 언덕'을 교육부 스스로 치워버린 모양새가 됐다.

교육부는 4일 "국민대가 전날(3일) 김건희씨 학위논문 재검증 계획을 제출했다"며 "(국민대는) 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2월15일까지 논문 검증을 완료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밝혔다.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이다.

검증 대상은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논문 3편 등 총 4편이다. 나머지 학술논문 3편은 김씨가 박사학위 자격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핵심은 박사학위 논문이다. 김씨가 2008년 2월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국민대는 지난 9월 예비조사 결과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이 '5년 검증시효'를 지났다는 이유로 '본조사 불가' 방침을 결정했다. 국민대는 2012년 9월1일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면서 검증시효를 없앴다. 다만 경과 규정으로 부칙을 마련해 이전 논문에 대해서는 검증시효 5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2011년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연구윤리지침)을 개정하면서 연구부정행위 검증에서 시효를 폐지한 점을 들어 국민대에 예비조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래도 국민대가 재검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자 않자 지난 10월12일 재차 '논문 검증에 대한 실질적 조치계획'을 요구했다. 국민대가 전날 교육부에 제출한 공문은 이에 대한 회신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페이스북 캡처/뉴스1]

교육부 요구에 국민대가 물러선 모양새다. 교육부는 국민대 공문 제출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국민대에 대한 특정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김씨의 박사학위 수여 과정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논문 검증은 감사 대상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국민대에 대한 압박으로 읽혔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언론과 국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국민대의 연구윤리 검증 문제에 대해 대학당국이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점은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부총리는 또 "연구검증을 할 수 없는 이유로 국민대가 아직까지 개정하지 않은 연구 검증시효 5년 학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을 묵과할 수가 없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국민대가 제출한 재검증 방식이 '본조사'가 아니라 '재조사' 형식이라는 점도 교육부 압박에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한다.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5년 검증 시효 경과로 본조사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지키면서 '재조사' 형식으로 교육부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국민대 관계자는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60일 이내에 수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수리를 하면 재조사 및 판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수리하겠다고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재검증 요구를 이의신청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 국민대 민주동문회 관계자가 지난 9월28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앞에서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여부 심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국민대 재조사 결정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번 논문 재조사 결정이 학내외 반발과 교육부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어느 누가 국민대 결단이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국민대에 김건희씨 논문 검증을 관철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2005년 가천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논문도 함께 검증을 받게 됐다. 여당 의원들이 김건희씨 학위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 제기하자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1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가천대 석사학위 논문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천대 역시 2013년 이 후보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한 차례 검증한 바 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이 후보는 표절 논란이 일자 2014년 1월 가천대에 내용증명을 보내 학위 반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가천대가 2016년 8월 연구윤리위원회에서 내린 결론도 국민대와 같았다. 가천대는 당시 검증시효가 지나 부정 여부를 심사할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가천대는 2014년 1월10일 검증시효를 없앴지만 제보 당시 규정에는 검증시효 5년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한 것이다.

가천대는 지난 2일 교육부에 제출한 공문에서 종전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가천대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 "검증시효가 지나 부정여부를 심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2016년의 판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제22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뉴스1]

교육부는 가천대에도 이날 다시 공문을 보내 이 후보의 논문 검증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국민대에 요청한 바와 같이 가천대에 논문 검증 실시와 학위 심사·수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조치 계획을 1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가천대 관계자는 "교육부 공문을 검토한 후 18일까지 답변을 보내겠다"고만 밝혔다.

교육부가 김건희씨 박사학위 논문과 함께 이 후보의 석사학위 논문 검증을 요구한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두 대선주자 관련 논문 표절 의혹이 논란이 되자 유 부총리는 "원칙과 절차에 따라 후속조치하겠다", "국민대든, 홍익대든, 가천대든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이나 장관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진 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교육부가 직접 대학에 '재검증'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 부총리는 지난 1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연구부정 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핵심이며 정부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치 논리에 대학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서울지역 사립대 교수는 "역대 정부에서도 그렇고 이번 정부에서도 조국 전 장관이나 여러 장관의 논문이 논란이 됐지만 교육부가 대학에 어떻게 처리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며 "교육부가 특정 논문에 대해 대학에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 지역 또 다른 사립대 교수는 "학위 논문에는 검증시효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부정하게 학위를 받았으면 10년 후든 20년 후든 취소되는 게 맞다. 엉터리 논문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는데 5년이 지났다고 해서 학위가 유지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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