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별기획‥10년간 지구 9바퀴

최불암, "여든 넘어까지 복에 겨운 밥상…"숨은 내 삶 찾는 과정이었다" 홍정인 기자l승인2021.01.07 17:0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밥상' 10주년 특별기획, 총 4부작…2편과 3편에 김혜수→최불암 아내 김민자 출연

[서울투데이=홍정인 기자] 배우 최불암(81·본명, 최영한)이 54년째 안방극장을 누비며 '국민 배우'의 자리를 지켜온 가운데 KBS 1TV 교양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통한 지난 10년을 추억했다.

▲ 배우 최불암. [사진=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KBS1TV 장수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이 지난 7일 방송에서는 최불암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에는 '한국인의 밥상'이 첫 촬영된 지난 2011년 모습이 재조명됐다.

최불암은 "세월 따라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차를 타고 걷고 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하면 숨어있는 내 삶을 찾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불암은 "(첫 촬영) 그 날 함박눈이 쏟아졌다. 그 때는 이렇게 긴 여정이 될 줄 몰랐다"고 미소 지었다.

최불암은 2011년 1월6일 '거제 겨울 대구 편'을 시작으로 흙과 바다 내음 따라 1400여 곳을 옮겨가며 35만㎞를 이동했다. 무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8만4400km)에 가깝고 지구 9바퀴에 근접하는 대장정이었다.

그동안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그는 "10년 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길 위에 서 있다.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밥상을 차렸다. 그렇게 오늘이 꼭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많은 사연과 추억의 음식들을 밥상에 올렸다. 오늘은 그 10년을 돌아보는 특별한 여정을 떠나볼까 한다"고 설명했다.

'백발의 배우'는 힘에 부친 여정을 사명감으로 버텼다. 최불암에게 '밥상'은 "역사를 내놓는" 일이다. 선조들이 일제 강점기 등을 견디며 지켜낸 밥상엔 1000년이 넘는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팔순을 지난 배우 최불암은 10년 째 KBS1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고 있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할까. "평소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 비결이랄 게 없습니다. 그래도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잔이 유일한 건강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 [사진=KBS 제공]

오건해(1894~1963)지사는 중국에서 밥을 지어 임시정부 요인들의 독립운동을 도왔고, '한국인의 밥상'에선 오 지사가 중국풍으로 짠지의 물기를 빼 기름에 볶아 만든 짠지 볶음 등을 소개했다.

또한 최불암은 "여러 곳을 다니면서 받은 밥상 대부분이 어려운 시절에 가족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가 궁핍한 식자재를 갖고 지혜를 짜내 만든 것들이었다"며 "그런 어머니들에 대해 애잔한 마음도 들고, 그 바탕에 깔린 역사에 대해 어른으로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 이 방송을 10년 동안 지켰다고 했다.

최불암에게 '한국인의 밥상' 10년은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는 순례길이었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에서 만난 이민족 후손의 밥상엔 늘 김치가 있었다.

최불암은 "배추 대신 수박껍질과 양배추로 만든 김치였다"며 "김치는 한국인의 DNA라는 생각이 들었고, 눈물겨웠다"고 했다.

최불암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무짠지다. 일곱 살 때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난한 살림살이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밥상' 제작을 총괄하는 정기윤 PD에 따르면 최불암은 밥상과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지금도 공부한다. 2013년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 노배우의 손엔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 들려 있었다. 20세기 초 멕시코로 떠난 이민 1세대(에네켄)의 한맺힌 삶을 담은 소설로, 당시 최불암은 에네켄 후손들의 밥상을 소개하러 가는 길이었다.

최불암은 '한국인의 밥상' 촬영을 떠나면 여행작가가 된다. '눈발인지 안개인지 날씨가 낭만적이다 '안나 카레리나'에서 구태를 벗어나려는 안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촬영 때마다 들고 다니는 수첩엔 서정에 젖은 여행 단상이 빼곡하다.

▲ 배우 최불암(사진 왼쪽)이 함경도 출신 실향민 2세 임창숙(가운데)씨 부부와 함께 경북 영주 실향민 마을에서 가지순대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자리는 시청자 사연을 바탕으로 기획된 KBS1 '한국인의 밥상' 10년 특집 일환으로 꾸려졌고, 7일 전파를 탔다. [사진=KBS 제공]

최불암은 그간 8000여개의 음식을 맛봤다. 충청도의 우럭젓국은 그가 특히 좋아했던 음식이다. 밥상을 마주하다 보면 새로운 인연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최불암은 "남원에 추어탕으로 촬영하러 갔을 때 한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다 내 손을 잡고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산초를 싸서 주더라"며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 사람들"이라고 했다.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 동안 구수하고 따뜻한 '국민 아버지'로 살아온 터라 최불암을 맞는 지역 주민들의 손길은 더 따뜻하다. "상주에서 40대 이장을 만났는데, 대학생 때 '전원일기' 김 회장 보고 마을 이장을 꿈꾸다 귀농을 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팔순을 지난 배우에겐 작은 소망이 있다. 아버지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로 '한국인의 밥상'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북한 음식을 못 다룬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죠. 갈 수 있다면 황해도 해주에 가보고 싶어요"라고 현실적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불암은 내주 그의 오랜 지기인 김훈 작가와 전주로 떠난다. '한국인의 밥상' 새해 첫 여정이다. 지난 7일 방송되는 제1편에서는 쉼 없이 걸어온 10년의 여정을 통해 밥상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겨보고, 밥상과 함께 공감하며 위로를 받아온 시청자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는 특별한 동행의 시간을 갖었다.

이어 지난 연말 촬영분인 2편(14일)과 3편(21일) 방송에서는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79)와 딸처럼 가깝게 지내는 배우 김혜수가 출연, 프리젠터로 10년을 이끌어온 프리젠터 최불암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하며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짚어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매회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려준 출연자들을 초대, 선물 같은 밥상을 준비한다.

▲ 배우 최불암. [사진=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

최불암은 "(김)혜수가 데뷔할 때부터 드라마를 같이 한 우리 집사람(김민자)을 친엄마처럼 따랐다"고 촬영에 함께 한 계기를 들려줬다.

올해로 결혼 51년차인 최불암은 "나이 80이 넘어서까지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모두 아내 덕분이다"며 "내게 '1번'은 여전히 아내이자 연기자 김민자(79)이다"고 밝혔다.

요즘에도 집에 돌아오기 전에는 전화나 문자로 항상 연락할 정도로 애틋하다. 바쁘게 연기하며 촬영 때문에 1박2일 집을 비우기 일쑤여서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4편(28일)에서는 옛것에 대한 안목과 통찰이 깊은 소설가 김훈과 함께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고(古)문헌 속 음식들을 복원하는 이들을 만나 지난 10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10년을 여는 의미를 담는다.

한편 KBS1 '한국인의 밥상'은 지난 2011년 1월6일 첫방송, 지난 10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번 '10주년 특별기획'은 총 4부작으로,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40분에 만나볼 수 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탄생과 더불어 10년의 세월동안 한결같이 진행자의 자리를 지켜 온 국민 배우 최불암의 열정과 성실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공을 돌렸다.

▲ 배우 김혜수(사진 가운데)가 김민자·최불암 부부와 함께 최근 KBS1 '한국인의 밥상' 10년을 기념하게 위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BS 제공]

홍정인 기자  press@sul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정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제호)명 : 시사투데이(주) - 서울투데이  |  회사설립일 : 2003. 11. 20  |  사업자등록번호 : 107-86-42867
주 소 : (우)01044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522 (서울투데이 2층)  |  대표전화 : 02-6326-6112  |  팩스 : 02-6407-4117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8-서울강북-0396
발행인 겸 대표이사 : 김중근 | 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0506  |  등록일자 : 2008. 02. 04  |  발행일자 : 2008. 02. 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중근
서울투데이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보호법에 따라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Copyright © 2007-2021 서울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sul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