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중대재해법 통과‥찬성 164, 반대 44, 기권 58

산재사망 경영진 처벌, 1년↑ 징역·10억↓ 벌금…50인미만 사업장 3년 유예, 5인미만 제외 유상철 기자l승인2021.01.08 19:2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노사 모두 반발…재계 "참담"·노동계·정의 "5인 미만 포함해야"
아동학대처벌법 처리, 63년만에 자녀 징계권 삭제…택배노동자 안전대책 강화

[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기업 내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과 경영자, 대주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8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에 상정된 중대재해법에 대해 찬성 164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12월 임시국회가 이날 막을 내린 가운데 여야는 진통 끝에 쟁점 법안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처리했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아동학대방지법은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진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아동학대 방지·처벌 강화를 위한 '아동학대처벌법'·'민법 개정안',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법률안 14건을 포함한 총 26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영진은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법안은 후진국형 중대재해를 근절하고자 기업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지난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제정안은 중대재해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이 시설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중대시민재해'로 나눠 규정했다.

처벌 수위를 보면,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로 1명 이상 사망할 경우 사업장의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이나 기관은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경영 책임자의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된다. 다만 하청을 받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업체가 법 적용 대상일 경우 원청업체의 경영 책임자 등은 처벌 대상이 된다.

노동자 여러 명이 크게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영 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이나 기관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진다.

중대재해와는 별도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 책임자와 법인이 중대산업재해와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다.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에서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사업장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학교와 시내버스·마을버스는 제외된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경우 최대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원안에서 과잉 입법이란 비판을 받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과 '공무원처벌 특례조항'은 삭제됐다.

법안은 공포 1년 후 시행된다. 단,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시행 후 2년의 유예기간을 둬, 법안 공포일로부터는 3년 동안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 규정이 다수 생기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처벌이 강화된 재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쟁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처벌 제외다. 원안은 사업 규모를 떠나 포괄적인 처벌이 가능토록 했지만, 정부와 여야는 논의 과정에서 영세 사업자의 처벌 부담을 고려해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삭제했다.

지난달 11일부터 법안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 농성 중인 정의당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자는 전체 사업장의 32.1%이며 사업체 수는 29.8%를 차지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의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 중대재해법·정인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또 이날 오전 법사위 회의를 방청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한해 5인 이하 사업장에서 4백 명이 죽어나가는데 계속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원청업체에 처벌이 강화돼 대부분 하청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보호가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정의당은 물론 노동계도 "후퇴한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하면서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의결한 데 대해 경영계는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도 "인적·재정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너무 가혹하다"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시스템과 교육, 시설에 대한 투자와 인식 등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처벌만 자꾸 얘기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또한 여야는 이날 '정인이법'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과 민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즉시 관련 기관이 수사와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사법경찰관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현장 출동에 따른 조사 결과를 서로 통지·공유하고 이들이 출입 가능한 장소를 학대 현장뿐 아니라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로 넓혔다.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 조사하고 아동학대 행위자가 출석·진술·자료제출 등의 의무를 위반할 시 제재하도록 했다. 학대범죄사건 증인에 대한 신변안전 조치 조항도 신설했다.

경찰관이나 아동학대보호기관의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기간은 현행 72시간인데, 주말이나 토요일 등이 포함돼 있을 경우 최대 48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응급조치할 때 아동학대 행위자의 주거지나 차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업무수행을 방해할 시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으로 상향했다.

민법 개정안에선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개정된 적 없던 민법 제915조의 '자녀 징계권'을 63년 만에 삭제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감화나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조항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가혹한 체벌을 훈육으로 합리화하는 데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 산업발전법'도 의결했다.

제정안은 택배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하고 시설·장비·영업점 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택배노동자의 운송 위탁계약 갱신 청구권을 6년간 보장했으며 사업자와 택배기사 간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외에도 제정안은 택배 사업자가 택배 기사의 휴식 보장과 안전시설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한편 정부에 개선 명령권을 부여했다. 택배서비스 종사자가 고의로 화물을 분실하거나 훼손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사업자에게 연대 손해배상책임도 부과한다.

그 밖에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해양경찰청장에 과도한 권한 집중을 방지하는 해양경찰법 개정안과 소상공인의 정책 접근성을 높이는 소상공인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8명(여야 각각 4명 추천)을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2년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취임으로 공석이 된 국회 정보위원장에는 3선의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위해 퇴임한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 후임에는 3선의 이춘석 전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상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제호)명 : 시사투데이(주) - 서울투데이  |  회사설립일 : 2003. 11. 20  |  사업자등록번호 : 107-86-42867
주 소 : (우)01044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522 (서울투데이 2층)  |  대표전화 : 02-6326-6112  |  팩스 : 02-6407-4117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8-서울강북-0396
발행인 겸 대표이사 : 김중근 | 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0506  |  등록일자 : 2008. 02. 04  |  발행일자 : 2008. 02. 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중근
서울투데이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보호법에 따라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Copyright © 2007-2022 서울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sul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