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스태프 보조금 횡령 혐의로 고발돼

시나리오 작가 한현근 씨 "정 감독, 오랜 기간 스태프 혹사시키고 임금착취" 홍정인 기자l승인2020.08.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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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홍정인 기자]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을 만든 정지영 감독과 제작사가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 정지영 영화감독 [자료사진]

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공익제보자인 시나리오 작가 한현근 씨를 대리해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를 업무상횡령·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정 감독 등이 2011년 영진위가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부러진 화살'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프로듀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도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를 제작사 대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 측은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 아들이 대표이사를, 배우자가 감사를 맡은 가족회사"라며 "정 감독은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영진위와의 지원금 약정 단계에서부터 스태프에게 지급돼야 할 급여를 가로챌 의사를 가지고 영진위를 기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이런 식의 편취행위는 업무상횡령·보조금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감독과 오랫동안 영화 작업을 함께해온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로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가 수십억 원을 벌었지만, 정작 스태프와 각본가 일부는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 감독은 제작자로서 오랜 시간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을 반복해왔다"며 "정 감독을 선배 영화인으로서,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좋아했고 그가 변화하기를 기다렸지만, 더는 그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발 계기와 경위를 설명했다.

▲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을 만든 정지영 감독을 업무상횡령·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나리오 작가 한현근 씨(왼쪽)와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가 24일 고발장 제출에 앞서 서울서부지검 현관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의 각본은 자신이 혼자 작성했는데, 당시 정 감독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그를 공동 각본자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며 "영화는 이미 개봉됐지만 잘못된 크레딧을 바로잡아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고 한국 영화계의 발전과 스태프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우라픽처스 정상민 대표는 횡령 의혹에 대해 "'부러진 화살'이 저예산 영화였지만 흥행 이후 제작사 수익의 60%를 배우, 스태프와 나누는 등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끝까지 신경썼다"며 "한 작가님이 잘못 기억하시거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현재까지 기사로만 접해 정확한 고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적시 내용과 증빙 자료를 찾아보고 소명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가 쓴 시나리오의 공동 각본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 감독은 작가와 합숙하며 모든 장면에 참여하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이름이 올라간 것"이라며 "반박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1990년), '하얀 전쟁'(1992년), '부러진 화살'(2012년), '남영동 1985'(2012년)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왔다.

2016년부터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를 선보였다.

홍정인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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