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내일부터 본격 허용‥"수사 도움 환영" vs "사생활 침해 우려"

관련법 국회 통과…1만5000여 명 일자리 창출 가능한 신직업 시장 기대 이경재 기자l승인2020.08.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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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이경재 기자] 국내 탐정업 시장이 내일(5일)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게 돼 자격증을 취득하고 준비해 온 사설탐정(민간조사원)들의 활발한 활동을 보게 될 전망이다.

▲ 5일부터 국내에서도 '탐정' 사무소 개업이 가능해진다. [자료사진]

국회에서 지난 2월 '탐정 명칭 사용금지' 조항이 삭제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 통과돼 탐정사무소 개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1977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이 결국 앞서 2월에 개정됐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5일부터 본격적인 '한국판 탐정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퇴직을 앞둔 군(軍) 수사요원들이나 경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편 일각에선 그동안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타와 같은 개념으로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간혹 만화나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에 등장하는 사설탐정 민간조사 요원들의 활동 중 절반 가까이는 불법이 다루어진다. 그렇다 보니 탐정 민간조사원은 돈만 주면 뭐든 다 해 주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문의 전화 중에는 무턱대고 타인의 신상과 주거지를 추적해 달라거나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내연남의 다리를 부러뜨려 달라고도 하고, 하물며 살인을 교사하는 황당한 의뢰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설탐정(민간조사)의 업무 영역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사실관계 확인과 증거 수집이 주요 업무다. 우선 법적 다툼에서 형사사건의 수사기관 조사 결과나 민사소송 사건의 법원 판결을 뒤집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도 한다.

또 교통사고·보험사기·의료사고 등 조사, 산업스파이 적발, 해외 도피자 추적까지 영역은 다양하다. 이 같이 사설탐정 민간조사원은 공권력의 공백을 보완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설탐정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민간조사원은 경찰처럼 직접적인 수사 권한을 갖거나 범인을 잡는 일은 하기가 어렵다. 또 사생활 침해나 주거침입 등 불법도 저지르지 않는다.

'민간조사(PIA탐정)' 자격증을 취득한 후 관할지 행정기관에 '민간조사 서비스업'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오직 공공장소에서 디지털이 아닌 사진과 비디오 등 아날로그 장비를 동원하는 방법을 이용해 사실 그대로를 탐문 조사해 법정증거를 수집하고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할 뿐이다.

▲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과 대한민간조사협회에서 주관하는 동국대학교대학원 'PIA(민간조사)' 교육중 사격훈련을 하는 67기 수료생들과 본지 서울투데이 김중근 회장(오른쪽 첫번째)

현장에 투입된 사설탐정의 민간조사원은 절대 불법행위를 하거나 경찰·검찰의 수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사설탐정 민간조사원은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있는 공백을 채우는 전문인력들이다.

때문에 탐정사무소 개업을 가장 반기는 이들은 역시 일선 경찰들이다. 특히 퇴직을 앞둔 형사과 근무 경찰들의 경우 노후대비와 관련해 'PIA(민간조사)' 등 탐정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취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은 탐정사무소 개업이 완전하게 사설탐정 합법화를 뜻하진 않는다. 하지만 탐정사무소 개업이 허용되는 과정을 통해 관련 법의 순차적 개정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민간 협회 9곳에서 '민간조사(PIA탐정)'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12주동안 법과학, 유전자분석, 지문채취, 교통사고조사, 사이버범죄조사, 보험범죄조사, 추적·미행실습, 무도·사격훈련 등 민간조사의 기본 이론과 실습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범죄학과 범죄심리학, 법학개론, 민간조사학개론 등 4~5과목의 필기시험을 치르고 실기 평가와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 선진국에선 '탐정'이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35개국)이 탐정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단체의 탐정 제도를 법제화하려는 노력은 2000년 16대 국회부터 계속돼 왔다. 이후 2005년 17대 국회에서 공인탐정법이 정식 발의된 뒤 지금까지 총 9차례 발의됐다. 그러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안이 폐기와 임기만료가 반복됐다. 지난 제20대 국회에서는 두 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다.

이처럼 공인탐정법이 그간 통과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 중에 먼저 법조계의 반발이 있었다. 변호사협회는 탐정업이 활발해질 경우 개인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해지리란 점을 들어 공인탐정법 제정을 반대해 왔다.

또 관리·감독의 권한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벌인 행자부(경찰)와 법무부(검찰)의 줄다리기도 관련법 제정을 지지부진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과 대한민간조사협회에서 주관하는 동국대학교대학원 'PIA(민간조사)' 67기 교육중 사격훈련을 하는 본지 서울투데이 김중근 회장.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과 대한민간조사협회에서는 지난 10여년동안 한국의 공인탐정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필요에 따른 학술연구는 물론 자격기본법에 의거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정식으로 등록된 PIA탐정 자격취득 대학교 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경, 검찰 전·현직 수사·조사 실무자 및 언론인 등 관련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약 3400여명의 수료생이 배출됐다.

그 중 경호요원, 국가정보원 퇴직자, 보험사고 특수조사팀 등 각 부문별 전문 수요층이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민간조사원은 총 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사설탐정 민간조사 시장 규모는 한 해 약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앞으로 1만5000여 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1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의 기대감과 함께 우려 섞인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탐정업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위법한 방법을 통해 증거 등을 수집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문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탐정 자격, 혹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탐정업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불투명한 상태다. 신용정보법에는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탐정 업무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행 및 잠복이 스토킹에 해당하는지도 현행법 상으로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법적 제한이 마련된다 해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탐정이 수행하는 업무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정보, 비밀스러운 사실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때 처음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0여년 동안 공인탐정법은 국회에서 표류돼 왔다. 다만 21대 국회에 경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고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해 탐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는 5일부터 본격화되는 탐정 사무소 개업이 공인탐정법 제정 등 향후 탐정업 시장이 나아가게 될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문제 발생의 여지도 있지만 공익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여지도 큰 만큼 조심스레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경재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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