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탈북민, 軍감시장비에 포착‥합참 "정밀 분석 중"

군, 강화도 월미곳 정자 인근 배수로로 특정…감시장비에 행적도 포착 유상철 기자l승인2020.07.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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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 "배수로에 이중 장애물 있으나 낡아…월북자 체구 왜소해 가능"

[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다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탈북민이 최근 한 유뷰트 채널을 통해 3년 전 수영 귀순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 탈북민 김모(24)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탈북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강화도에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 확인하고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최근 강화도에서 헤엄쳐 다시 월북한 탈북민 김모(24) 씨는 3년 전 개성에서 출발해 김포에 도착한 뒤 귀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착 3년만에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탈북민 김씨의 '월북 루트'가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씨는 철책 밑 배수로의 낡은 이중 장애물을 손쉽게 빠져나간 뒤, 강 수위가 가장 높은 때에 맞춰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한강을 건넌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김씨가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미정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정자로, 김씨의 월북루트는 연미정 맞은편에 있는 배수로로 확인됐다.

배수로는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물이 흘러나가도록 설치된 형태로, 내부엔 일자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이 있다. 1차 장애물인 셈이다.

다만 전날 현장에서 확인한 철근 구조물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낡고 일부는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김씨의 신장은 163cm, 몸무게 54kg로 왜소한 체격으로, 철근 틈새를 손으로 벌려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철근 구조물을 지나면 2차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모양으로 된 윤형 철조망이 있는데, 이 역시 많이 노후화돼 왜소한 체구의 김씨가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탈북민 월북과 관련해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어 "월북 시점이 만조 때라서 (배수로 탈출 후) 부유물이 떠오른 상황에서 월북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찰과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18일 오전 2시20분께 택시를 타고 월곳리에 하차한 뒤, 이후 만조 시간대에 맞춰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한강 물길을 따라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된다.

김씨는 월북 전 필요한 자금을 환전하고 해당 지역 일대를 사전답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비교적 오랜 기간 치밀하게 월북을 준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씨의 월북 전후 행적은 군 감시장비에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해 김씨의 월북 전후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찍혔음을 시사했다.

통상 군 감시장비의 경우 운용병 등이 녹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씨의 행적이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이를 놓쳤다는 의미여서 또 한 번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감시장비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부분에 여러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작년부터 보강을 많이 해왔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다시 한 번 짚어볼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과 26일 지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김씨는 해당 영상에서 "탈북을 결심한 계기는 첫째 살기가 힘들어서였다"며 "개성공단이 깨지면서(폐쇄되면서) 저도 장사가 안되다 보니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 [그래픽] 탈북민 월북 추정 과정.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24) 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개성시 해평리 백마산에서 웅덩이 물과 개미가 끓는 효모 빵을 먹으며 사흘을 지냈다면서, '이렇게 죽는 것보다 (남한에) 한 번 가보고 죽자'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후 3시쯤 분계선 고압선과 가시철조망을 2차례 넘어서 지뢰밭을 건넜다"며 "나무를 꺾어 밟는 자리마다 찌르면서 건넌 뒤 한강 옆 갈대밭에서 3시간을 숨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씨는 이어 "불빛을 보고 수영을 한참 하다가 유도를 지나 분계선이 좀 가까워졌을 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땅을 밟고 올라갔는데 분계선 문을 열고 군인 8명 정도가 나와서 나가자마자 쓰러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한 땅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했으나 7시간 30분가량이 지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26일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은 2017년 수영 귀순한 김씨를 유력한 월북자로 특정해 조사를 벌였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탈북민 김씨의 월북 사건에 대해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을 국방 장관이 지고 있다"고 사과했다.

정 장관은 앞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다만 우려하는 바처럼 우리의 경계작전 태세가 그렇게 취약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많이 가동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민들께선 신뢰를 안 하겠지만, 각종 시스템과 장비들이 굉장히 많이 보완돼 있고, 실제로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월북 루트로 지목된 배수로의 철제 침투저지봉과 윤형 철조망에 대해선 "저지봉의 훼손이나 이런 게 있는 게 아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철조망의 경우 거의 외부 형상으로는 (훼손이)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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