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시민단체들, "안타깝다"‥"성추문 밝혀야" 양분된 분위기

朴시장 몸담았던 참여연대 등 '애도 성명'…여성단체, 사건 죽음으로 덮어서 안 돼 김선일 기자l승인2020.07.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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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있는 답변 촉구

[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소식이 전해진 10일 시민사회단체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고 생전 업적을 기리면서도 성추문 고소사건에 대해서는 당혹스럽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사진=서울시 제공]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사후에라도 성추행 의혹은 규명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면서 양분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박 시장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까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단체를 거치며 시민운동의 '대부' 격으로 활동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하기도 했다.

박 시장이 이날 새벽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그에 앞서 전직 비서에 대한 성추행 의혹도 함께 불거지면서 충격이 일었다. 생전 박 시장이 몸담았던 시민단체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참여연대는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박 시장은 다양한 시민운동 영역에서 한국사회 개혁을 위해 헌신했던 활동가"라며 "황망하고 안타까운 소식에 슬픔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창립멤버 중 한 명이었던 박 시장은 생전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 상임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정확한 사실관계는 밝혀져야겠지만 성추행 관련 고소 사건 이후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그런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높은 양심과 도덕을 기대받는 박 시장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상임이사로 활동했던 아름다운재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재단 측은 "박 전 총괄상임이사는 2000년 8월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하고, '1% 나눔운동'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나눔문화 확산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고인이 남긴 '나눔의 유산'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이 창립한 비영리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는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던 행사 일정을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은 "황망한 일"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면서도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박 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 사이에 관계가 있다면 (생전에) 피해자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전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에서 보이듯 사회 변화에 앞장서 온 사람들 안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다만 "박 시장은 살아있을 때 여성계의 움직임을 응원하고 지지했던 사람"이라며 "그런 행동이 본인의 과오를 감추기 위함이라는 식의 판단을 하진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박 시장은 '서울대 우 조교 사건' 등 역사적인 성희롱 관련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라며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피해자에게 '(경찰에) 고소해서 죽은 것 아니냐'는 식의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며 "피고소인이 사망했어도 어느 정도의 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을 고소한 성추행 피해자에게 연대와 응원의 뜻을 밝힌 단체들도 있었다.

▲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생전 박 시장의 말을 인용하며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단체는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葬)과 시민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며 "이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사회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온라인을 통해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 쓰기' 운동을 시작하며 "피해자가 바라왔던 대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에게 박 시장이 남긴 유언장을 공개했다.

고 비서실장은 "유족의 뜻에 따라 유언장을 공개한다"며 "공관을 정리하던 주무관이 책상 위에 놓인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언장은 전날 공관 서재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앞서 박 시장은 전날 오후 5시17분께 그의 딸이 112에 실종 신고한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의 수색 끝에 이날 오전 0시 1분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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