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사상 첫 '性전환 하사' 전역 결정‥"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 해당"

군복 입고 기자회견서 얼굴 공개 "최전방서 계속 나라 지키고 싶다…성소수자 군인도 차별 안 받아야" 유상철 기자l승인2020.01.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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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입대해 복무기간에 성전환 수술을 한 육군 하사가 '더 이상 복무할 수 없다'는 결정으로 강제 전역에 처해지는 군 사상 첫 사례가 발생했다.

▲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육군은 이날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 부사관으로 복무중인 변희수(22) 하사는 지난해 겨울 휴가기간 해외에서 '남성→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하사는 '여군 복무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육군은 22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나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 뒤 부대 복귀 후 군 병원에서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받았고, 군 병원은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은 변 하사에게 조기 전역을 권고했고, 변 하사는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군이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고 판단하고, 전역심사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미뤄달라는 요청도 반려했다"고 반발했다. 센터는 군의 반려 조치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전날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 개최를 연기할 것을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 연기 권고에도 육군은 이날 전역심사위를 예정대로 열어 '전역'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이날 오후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군복을 입고 직접 참석한 변 하사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뜻으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과 일련의 과정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변 하사는 거수경례와 함께 자기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울먹이면서 준비한 입장문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변 하사는 "하지만 '젠더 디스포리아'(성별불일치)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졌고, 결국 억눌렀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치겠다고 결정했다"며 "소속부대에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나니 후련했다"고 말했다.

▲ 입대한 뒤 군 복무중 휴가 기간에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입장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육군은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 하사에 대해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날 전역을 결정했다.

변 하사는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군대는 계속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변 하사는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답했다"며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저는 복무할 수 있게 된다면 용사들과 취침하며 동고동락하고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라며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고, 힘을 보태 이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변 하사는 "오늘 아침에 전역심사위에 갈 때만 해도 '설마'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심사를 받고 나서도 육군을 믿었다"며 "하지만 (군은) 이렇게 희망을 산산조각내 버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고, 이 또한 승인을 받았다"며 "수술을 하면 군 생활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공식적인 공문이나 통보가 날아온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센터 측은 이날 군에서 변 하사에게 발급한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 사본을 공개했다. 허가서상의 '여행 목적' 항목에는 '의료 목적의 해외여행'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변 하사는 "인터넷에서 '왜 성전환 수술이 목적이라고 안 적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제 관련 사항은 실무자만 아는 기밀사항이었고, 서류를 보고하게 될 경우 부대의 다른 간부들에게도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며 "소속 부대 대대장, 주임원사와 상의를 하고 이같이 적었다"고 밝혔다.

당초 변 하사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군이 변 하사의 전역 결정을 내리면서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기 위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에 나서기로 했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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