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금체계 '호봉제' → '직무·능력' 중심으로 개편 착수"

노동부, 기업 지원 방향 발표…명확한 지침 없어 확산 미지수 이경재 기자l승인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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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이경재 기자] 정부가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임금체계 개편 관련 매뉴얼) 발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임 차관은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직무와 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로 개편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직무 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신설해 인사관리 전반에 대해 보다 내실 있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은 직무급 도입을 위한 직무평가 수단이 개발된 공공, 철강, 보건의료, 정보기술(IT) 등 8개 업종의 기업이 직무급 도입을 희망할 경우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4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임 차관은 "노사 자율의 영역이자 국민의 삶과 직결된 임금 문제는 정책을 통해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의제·업종별 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간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 또한 함께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호봉제 중심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갖춘 곳이 많다.

호봉제 비율은 해마다 감소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100인 이상 사업체의 호봉제 비율은 58.7%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근속 1년 미만 노동자 임금 대비 30년 이상 노동자 임금은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연공급이 강한 일본(2.5배)과도 격차가 컸다.

이런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는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국내 기업의 연공급 임금체계는 과거 고도성장 시기 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도 성장 과정에 있어 감당할 수 있었으나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 노동부는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라는 제목의 매뉴얼을 발간했다.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노동자의 고령화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렸고 이는 청년 채용 여력의 감소와 고령자의 조기 퇴직으로 이어졌다.

근속 기간이 긴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호봉제 중심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무엇보다도 근속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에 어긋나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근속 기간이 아닌 직무의 난이도, 업무 수행 능력, 맡은 역할의 가치 등을 기준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지만, 노조 등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기업이 임금을 깎기 위한 방편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부는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라는 제목의 매뉴얼을 발간했다.

이 매뉴얼은 기업이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참고하도록 하기 위한 자료로, 직무급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절차와 방식, 고려 사항 등을 담고 있다.

직무급은 난이도 등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무급을 도입하려면 개별 직무의 가치를 매길 직무평가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노사의 이견으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노동부도 노사 자율성을 강조하며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임 차관은 "기업의 임금체계는 정부나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당사자간 충분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 노동자들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재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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