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총장, '측근 물갈이·항명' 압박에도 '침묵 속' 靑·여권 겨냥 수사 가속‥비서관실 압색

현 정부에 3번째 靑 압수수색…지휘라인 교체 전 최대한 수사진행 의도 분석도 김선일 기자l승인2020.01.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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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참모진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이후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오히려 수사 속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자료사진]

윤 총장과 대검 고위 간부 인사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는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 정부 들어 3번째다.

검찰은 자치발전비서관실의 전신인 균형발전비서관실이 송철호(71) 울산시장의 공공병원 등 공약과 관련해 생산한 자료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시장이 2017년 12월 균형발전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된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인 균형발전위원들이 송 시장의 공약 설계를 함께 논의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검찰 행보는 정치권에서 윤 총장의 '항명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법무부가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를 앞두고 윤 총장이 '인사안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추미애 장관과의 면담에 불응하고 인사 관련 의견 개진도 하지 않은 데 대해 추 장관은 "명을 거역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청와대와 이낙연 국무총리도 윤 총장의 태도에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그냥 넘길 수 없는 항명'이라고 규정하며 윤 총장을 몰아세웠다. 여권이 사실상 윤 총장에게 거취 결정을 압박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날 수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강행을 통해 사퇴설을 일축한 모양새다.

윤 총장은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발표된 8일에도 대검 참모진을 소집해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모두 할 일을 했다"며 수사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대검 간부는 "수사 지휘부가 교체됐다고 수사 방향이 달라지진 않는다"며 "수사를 대충 덮을 경우 시간이 지난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검사들이 다 학습한 만큼 이미 나온 것을 덮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은 오는 13일자 고위 간부 인사의 시행에 따른 수사 지휘부 교체를 앞두고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자료사진]

새 지휘부가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수사 강도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부임하게 되는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윤 총장과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이 이날 오후 예정된 검사장 전출입 신고식에서 이번 인사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고식은 인사 이후 윤 총장의 첫 공식 행사인 데다가 인사 대상자 32명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공식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이번 인사에 반발해 윤 총장이 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 인사 대상자들이 '항명성 집단 사표'를 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윤 총장 주변에서는 이 같은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측에서 볼 때 부당하게 진행된 인사에 저항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를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중심을 잡고 버텨줘야 한다며 인사 이후 대응 방안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 총장도 앞서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검찰 구성원들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좌천성 인사'를 받은 '윤석열 사단'의 검사장들 대부분 역시 사표를 던지는 대신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며 본인의 위치에서 윤 총장을 도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좌천성 인사를 받은 한 대검 간부는 "공직자는 어디 가서든 자기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마음 불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고 잘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추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내 명을 거역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꼭 왕조시대같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할 수는 있지만 명령하고 복종하는 관계는 아니지 않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거의 모두 충격적일 것"이라며 "수사라인을 좌천성 승진이나 좌천시킨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니었나"라고 평가했다. 윤 총장이 사표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버텨야 되고, 버티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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