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징수원, 체납자와 '은닉 재산' 추격전‥기상천외한 체납 징수 현장

골프장서 '굿샷' 외치던 체납자들 차 번호판 떼이고 현장서 세금 납부 이경재 기자l승인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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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수색' 고가 오디오 세트·LP판·악기…수천만원 이상 명품도 압류

[서울투데이=이경재 기자] 밀린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체납자의 재산 은닉 수법이 날이 갈수록 기상천외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 은닉 재산을 찾아내는 체납 징수원들의 역량도 못지않게 진화하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과태료징수팀과 서울시 38세금조사관들이 지난 9월24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초IC에서 반포IC 구간에서 체납·대포차 일제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단속대상은 자동차세 2회 이상, 자동차과태료 30만원 이상 상습체납차량과 대포차 등이다.

재산을 빼돌리려는 체납자와 이를 찾아내는 체납 징수원들의 숨바꼭질은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체납자 자택에서, 심지어는 골프장에서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8∼20일 인천 11개 골프장에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세금 체납 차량 38대(체납액 2천700만원)를 적발했다.

체납 차량 11대의 번호판은 현장에서 떼 영치하고, 나머지 27대의 차주들에게는 지방세 체납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로 전송해 조속한 납부를 당부했다.

단속 중에는 "골프장까지 와서 단속을 하느냐"고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한 골퍼는 번호판이 영치되자 골프장에서 즉시 체납액 197만원을 모바일 이체로 납부하기도 했다.

명함 1장에서 단서를 얻어 끈질긴 수색 끝에 수천만원의 세금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경기도 광역체납팀은 올해 4월 체납액 징수를 위해 한 전원주택을 찾았다가 골목길에 세워진 외제차를 발견했다.

승용차를 살피던 중 운전대 앞에 놓인 명함 1장이 징수팀원들의 눈에 들어왔다. 바로 체납자 아내의 명함이었다.

체납자 부부는 연락을 받고 왔지만 차 열쇠가 없다고 버텼다. 징수팀이 "열쇠공을 부르면 비용을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부부는 그제야 마지 못해 차 문을 열어줬다.

차 안을 살펴봤지만 별다른 물품을 발견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트렁크를 살펴보던 중 스페어타이어 보관 공간에서 보자기를 발견했다.

보자기를 열어보자 뜻밖에 금반지·금시계·금팔찌 등 귀금속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징수팀은 결국 이들 보석을 공매하고 부족한 나머지는 분납 약속을 받아내며, 9년간 밀려 있던 체납액 2천800만원을 정리했다.

▲ 경기도 남양주시가 지방세 고액 체납자의 집을 수색해 명품시계와 황금열쇠, 골드바, 오만원권 100장 등을 압류했다고 지난 11월11일 밝혔다. [사진=남양주시 제공]

기타 하나로 6천만원의 세금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경기도 징수팀은 작년 체납자 명의의 골프장 내 타운하우스에서 가택 수색을 했지만, 거실에 가득 쌓인 내장재 쓰레기 더미를 보고 실망했다. 주택 외관을 보고 잔뜩 기대했지만, 내부에는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실망하며 방을 둘러보던 중 기타 가방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옆 1만7천 달러짜리 보증서를 확인하고는 명품 악기임을 감지하고 바로 압류를 단행했다.

결국 체납자는 명품 기타가 음악을 하는 아들 것이라고 실토하고 "세금을 낼 테니 기타를 잘 보관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광역징수팀은 기타를 시청 대여금고에 보관하다가 세금 완납 사실을 확인하고 주인에게 돌려줬다.

이밖에 가택 수색 중 학원에 가야 한다며 집을 나서던 체납자의 고교생 바지 주머니에서 현금 3천500만원을 발견하는 등 밀린 세금을 받을 기회는 뜻밖의 상황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귀금속이 없어도 명품 오디오와 고전 LP판을 압류해 체납 세금을 받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최근 2억5천만원의 지방세를 체납한 남성의 집을 수색했지만 귀금속 등 돈이 될 물건을 찾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집에 있던 오디오 세트가 2억원, LP판 2천470장이 2천610만원(이상 구매가 기준) 상당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 물품을 압류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를 의뢰했다.

공매 결과 오디오 세트는 3천651만원에, LP판은 795만원에 각각 낙찰돼 체납 세금 일부를 징수할 수 있었다.

집이 아니어도 재산을 빼돌리는 공간은 다수 존재한다.

▲ 서울시가 2014년 10월 한 고액체납자 집에서 압수수색한 고급시계·금목걸이 등 귀금속과 현금. [사진=서울시 제공]

부산시 징수특별기동팀은 최근 지방소득세 2억원을 체납한 A씨가 시중 은행에 대여금고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 대여금고를 강제로 열어 현금 5천만원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해 압류했다.

기동팀은 A씨 명의 재산이 없어 세금 징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A씨가 대여금고를 사용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끝에 체납액을 받아냈다.

체납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세금 납부를 미루며 완강하게 버티다가도 체납징수팀이 가택수색을 시행하면 1시간 안에 고액의 체납액을 '간단하게' 납부하기도 한다.

춘천의 한 체납자는 1천400만원의 지방세 납부를 미루다가 강원도 징수팀이 집에 들이닥치자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전액 납부했다.

원주의 한 체납자도 1천200만원의 지방세를 내지 않다가 가택 수색팀이 집에 찾아오자 30분 안에 체납액을 완납했다.

쫓고 쫓기는 체납징수 현장이 전국 곳곳에서 쉴 틈 없이 전개되고 있지만, 지방세 체납액은 여전히 수조원대에 이른다.

행정안전부의 '2018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세체납액은 2015년 4조2천억원, 2016년 4조1천억원, 2017년 4조8천억원, 2018년 4조5천억원(불납결손액 포함) 등 수년간 4조원을 초과하고 있다.

행안부와 각 지자체가 지난 20일에는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9천67명(체납액 4천764억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해도 체납액은 쉽사리 감소하지 않고 있다.

전국 시·도는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와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고액 체납자 관리 강화, 체납자 빅데이터 추적 관리, 체납액 책임징수제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하며 체납 징수율을 높일 방침이다.

최경주 인천시 납세협력담당관은 "자진 납세 분위기를 확산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성실납부 문화를 정착 시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안양시는 2017년 6월2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 각 시․군이 지방세 고액체납자들의 가택수색에서 압류한 명품가방·시계, 귀금속, 골프채 등을 공개 매각했다. [사진=안양시 제공]

이경재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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