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署, 현직 경찰 '탐정 자격증' 단체 취득‥경찰서로 강사 초빙 '열공' 성과

경찰서장 주도로 희망자 주말 시간 활여 '100여시간 강의'…퇴직 후 대비·업무 관련성 높이기 '일거양득' 김선일 기자l승인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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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최근까지도 입법화 문제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사회 일각에서는 관심도가 커지면서 '민간조사'(PIA탐정) 관련 자격증 취득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경찰서 소속 경찰관 40여명이 지난달 단체로 '탐정 자격증'을 획득해 주목된다.

▲ 서울 동작경찰서 PIA민간조사(탐정) 자격취득 특별과정이 지난 10월6일 동작경찰서 5층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대한민간조사협회 제공]

6일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서장 주도 하에 희망자 52명이 매주 대강당에 모여 '열공'한 끝에 47명이 'PIA민간조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작서는 지난달 강사를 직접 초빙해 100여시간의 강의를 받아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동작경찰서는 지난 9월 소속 경찰을 대상으로 민간조사 자격증 취득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현직 경찰관이 단체로 민간조사 자격증을 취득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관이 퇴직 이후 노후대비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탐정 자격을 따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 같이 수십명이 한꺼번에 도전해 자격증 취득을 한 사례는 처음이다.

경찰 입장에선 탐정 자격이 기존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앞으로 확대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 '일거양득(一擧兩得)'의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달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취득한 한 과장급 경찰은 "원래 하던 일이다보니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직을 앞둔 한 경찰도 "제복을 벗은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민간조사사가 교통사고 조사 업무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탐정 업무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탐정' 이름을 내걸고 업무를 하는 건 위법이다. 대신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민간조사사들이 주로 서비스업으로 등록해 법 테두리 안에서 실종자 소재 파악이나 자료 수집, 사실관계 확인 등 다양한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신용정보법 위반 등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탐정행위 전체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한 경찰청은 지난 4월 "공식적으로 '탐정' 호칭을 쓰지 않는다면 사생활과 무관한 탐정 업무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민간조사 자격증 취득자를 불륜 배우자를 뒷조사하는 '흥신소' 또는 '심부름센타' 쯤으로 왠지 꺼림칙한 어두운 느낌의 오해하는 시선도 해소되는 한편 사회적으로 투명성과 높은 신뢰를 얻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에 따르면 대표적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인 'PIA민간조사사'의 연 취득자는 2008년 122명에서 지난해 628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직업 분포를 보면 경찰 출신이 14.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연령별로 분류해도 퇴직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40대(24%)와 50대(27%)가 가장 많다. 또 현재 7개의 민간조사사 관련 민간자격증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금석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 회장은 "경찰 뿐 아니라 군인이나 정보기관 종사자 등 유사직종 출신들의 선호도가 높다"면서 "로펌 사무장 등 이직을 위한 스펙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탐정 자격증을 넘어 탐정과 관련된 학위를 취득하는 경찰도 늘고 있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탐정 자격증 취득 이후 석사나 박사 등을 따서 전문적으로 민간조사사 사무실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났다"면서 "최근 경찰행정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이들을 상대로 하는 '탐정학'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 PIA탐정 민간조사사 활동 장면 [사진=대한민간조사협회 제공]

양우철 동작경찰서장은 "정년퇴직을 앞둔 과장이나 팀장급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형사과나 수사과에 근무하는 젊은 경찰은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행정절차들을 알게 돼 효율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동작서는 "내년에도 희망자에 한해 민간조사사 자격증 취득을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은 낯선 대상이 아니다. '탐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민간조사사의 대명사 같은 인물은 '설록 홈즈'이다. 홈즈는 가상 인물이지만 많은 나라들에서는 홈즈 못지않은 명탐정들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프랑스, 호주, 스페인, 일본 등 많은 OECD 국가들은 공인탐정, 민간조사원(PIA·Private Intelligence Administer) 등으로 불리며 합법적인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 스타급 탐정이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게 이들 나라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정작 현실적으로 '탐정'이란 공식 명함을 들고다니는 이들은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현행법이 탐정활동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중 탐정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의 직원들이 탐정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들 일의 태반은 기껏해야 의뢰자의 바람기 많은 배후자의 뒷조사를 하거나 옛날 애인의 거주지 파악 정도다.

탐정은 경찰이나 검찰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공적을 가로채는 달갑지 않은 경쟁자겠지만 공권력의 한계에 아쉬움을 느끼는 시민들에게는 '맞춤형 민원'을 해결하는 해결사로 인식될 만하다.

분명한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탐정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들어 범죄가 다양화, 지능화되면서 기존의 치안력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틈새'가 점차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눈길도 탐정에 쏠리고 있다.

탐정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주장은 크게 탐정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국가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음성화 된 사설조사 업무를 법적 테두리 내에서 양성화할 수 있으며 ▲은퇴한 고급 수사 인력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탐정활동을 보장하는 소위 민간조사업법은 사실 지난 1999년 15대 국회 때부터 추진됐지만 곧바로 난제가 등장했고, 이후 2008년 전 한나라당 소속 이인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간조사제도'(일명 탐정) 도입을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도 탐정을 합법화하기 위한 움직임 중 하나다.

이 의원은 당시 "실종자 찾기나 보험사기 등 각종 분야에서 수사 인력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의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같은 당 강성천 의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민간조사업법을 각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법사위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갈등을 겪고는 있으나 또 다시 십여 년째 국회의원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조만간 민간조사제도 도입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해석이다.

현재 경찰청 소관부처로 20대 국회에서도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 및 이완영 의원이 각각 '공인탐정법'(안)을 발의해 행정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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