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KT 비서실이 본 김성태‥"요주의·중요도 최상"

KT 임원이 화내며 말했다…"그냥 합격시키라고" 이경재 기자l승인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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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이경재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KT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부정 채용이 이뤄진 2012년 당시 이석채 회장의 비서들이 김 의원을 '중요도 최상의 요주의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문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KT부정채용 사건의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당시 이 회장의 비서실이 관리하던 '이석채 회장 지인 데이터베이스(DB)' 엑셀 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파일에는 김성태 의원에 대해 "요주의. 전화 관련 시비 많이 거셨던 국회의원으로 KT 출신, 중요도 최상"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옥모(50) 전 비서팀장(현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은 이 명단이 당시 비서실 구성원이었던 실장, 팀장, 여직원 2명 등이 이 전 회장의 지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문서라고 증언했다.

명단은 1천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재판에서는 극히 일부인 4∼5명만 공개됐다.

공개된 명단 가운데는 김 의원 외에도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장인인 손진곤 전 변호사, 허범도 전 국회의원, '상도동 김기수 회장' 등도 포함돼 있었다.

'상도동 김기수 회장'은 2011년에는 손자가 KT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으나, 이듬해인 2012년에 외손녀인 허모씨가 부정 합격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상도동 김 회장'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 전 회장이 김영삼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사실을 고려하면 같은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수 전 비서실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2012년 상반기에 부정 채용된 의혹을 받는 허범도 전 의원의 딸이 신입사원 연수 도중 동료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재판에서 공개했다.

공개된 메일을 보면 2012년 8월 당시 천모 KT 인재육성담당 상무가 인재경영실 상무에게 "허○○ 신입사원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 간다. 집에 다녀오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같은 조 여자 신입 2명을 다른 조로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 다른 동기들과 갈등도 있어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는 KT 신입사원들이 강원도 원주에서 합숙 교육을 받던 시기였다. 당시 인재 육성을 담당하던 천 상무는 "이 친구를 집에 보낸다면 소문이 나면서 갈등 관계가 증폭될 수 있다"고 이 회장 비서실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 의원의 딸은 인적성, 면접 등의 결과가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조작돼 당시 최종 합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에 대한 KT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마친 후 지난 4월2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 6일 진행된 이 사건의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나선 2012년 당시 인재경영실 상무보 김모씨는 "김성태 의원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고 하자 당시 권모 경영지원실장(전무)이 전화로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실장에게서 '서유열 사장 지시인데 네가 뭔데 안 된다고 하느냐'는 질책을 들었다"며 "이런 상황을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크게 야단맞은 일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상무보는 김 의원의 딸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있느냐는 스포츠단 부단장 질의에 '그런 제도는 없다.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가 이와 같은 일을 당했다며 "입사 지원서도 접수하지 않았는데 채용에 합류한 사례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KT는 김 의원 딸의 온라인 인성검사 결과가 불합격으로 나왔으나 합격으로 조작해 이듬해 1월3일 김 의원 딸을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의원 딸의 부정 채용이 이석채 전 KT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날 재판에선 KT가 계약직 신분이던 김 의원 딸을 'VVIP'로 관리했으며, 이 명단이 이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2년 당시 인사운영팀장의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VVIP 명단' 엑셀파일에는 스포츠단 사무국의 파견계약직이던 '김모씨'를 김 의원의 딸로 명시했다. 이 파일에는 김 의원의 딸 외에도 허 전 의원의 딸 등도 VVIP로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상무보는 "당시 회장 비서실을 통해 일부 VVIP 자제인 직원이 회사 생활에 대한 불만 민원을 제기했던 것 같다"면서 "이에 따라 VVIP 대상자들을 면담해 식사 등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물었던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석채 회장 비서실을 통해 VVIP 현황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이런 명단을 작성했다"며 "전무를 통해 회장에게 명단이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의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증인채택을 '방어'했다고 평가한 KT의 내부 보고서도 공개돼 논란이 됐다. 당시 여당 간사였던 김 의원은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에 반대했는데, 그 대가로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부정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서 전 사장에게 "김성태 의원이 우리 KT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돕고 있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딸의 취업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재산상 이득'으로 규정하고 김성태 의원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한 것이다.

이경재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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