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비자거부 위법' 판결, 일각서 반론‥"전제부터 잘못"

학계 "입국금지는 행정처분…입국 거부로 외부에 의사표시한 것" 김선일 기자l승인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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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에 대해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행정법학계에서 판결의 전제인 '입국금지 조치의 행정처분성'을 오해한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 [자료사진]

입국금지 조치의 행정처분성은 정부가 유승준의 입국을 막은 것을 일종의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를 뜻한다. 행정처분으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유승준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정부의 조치가 적법했는지도 갈리기 때문에 판결의 주요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학계 일각의 지적이다.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중권(58)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한 언론과 통화에서 "유승준은 입국금지된 다음 날 입국을 시도하다가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분명히 행정처분으로서 입국금지 결정이 존재하는데도,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발급 거부도 위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가 행정처분이라고 해석한 부분은 법무부장관이 2002년 2월1일 유승준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한 뒤 다음 날 입국을 시도한 유승준의 입국을 막은 행위를 지칭한다. 이 행위가 행정처분으로 인정된다면 행정기관에서 함부로 취소·철회할 수 없는 사안이 된다.

따라서 이 경우,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점을 근거로 삼아 영사관이 유승준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유승준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할지를 두고 영사관이 재량권을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법무부가 내린 행정처분을 영사관도 따르는 게 맞다는 논리다.

반면,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이 아니라면 영사관이 별도의 재량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법무부에서 입국을 막았으니 비자도 못 내준다'고 결정한 것은 행정절차를 어긴 것이 된다.

이는 1·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핵심 쟁점이다. 1·2심은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그러므로 비자발급 거부도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비자발급이 위법하다고 결론 지었다.

이를 두고 학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법원은 "행정청이 행정의사를 외부에 표시해 구속력을 갖추게 하기 전에는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입국금지 결정은 법무부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에 입력해 관리한 것에 불과하므로 행정처분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행정청의 행정의사가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외부에 표시될 수 있다는 행정법 원칙을 간과한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김 교수는 "입국금지 관련 정보를 내부전산망에 입력한 것이 행정의사를 외부에 표시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은 차치해두더라도, 입국을 시도하려는 유승준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행정의사를 묵시적으로 외부에 표시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은 지난해 6월에도 국립대학 총장 제청에서 제외된 교수가 낸 행정소송에서도 대학이 다른 후보자를 제청한 행위가 묵시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유승준의 입국을 거부함으로써 입국금지 조치가 외부에 표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대법원 판례로 묵시적 행정처분이 인정된 사례가 많다"며 "입국금지 조치에 따라 입국을 거부한 행위는 당사자인 유승준에게 입국금지 사실을 묵시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법적 해석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여러 고심 끝에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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