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결혼이주 아내 폭행' 베트남 현지 분노 확산‥韓선 엄벌 촉구 국민청원

민갑룡 청장, 베트남 공안장관에 "철저 수사·피해자 회복지원 약속" 김선일 기자l승인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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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몸에 문신을 한 남편 A(36)씨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B(30) 씨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지난 4일 전남 영암군에서 발생해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공분을 사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갑룡 경찰청장이 베트남 치안 책임자에게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 민갑룡 경찰청장 [자료사진]

또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폭행 영상이 공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베트남 부인을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저지른 남편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로 A(36)씨를 긴급체포했다고 8일 이같이 밝혔다.

한 청원자는 이날 청와대 청원글에서 "이주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을 봤는데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자 역시 "결혼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고 한국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유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도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가해 남편에 대한 엄벌 촉구는 물론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높다.

폭행 영상 등이 현지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후 베트남 네티즌들은 "한국 교민들이 대사관에 강력히 항의하길 바란다"며 "한국은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A씨는 이날 "남편이 샌드백 치듯 나를 때렸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B씨는 이날 베트남 온라인 매체 '징'과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이 옛날에 권투를 연습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맞을 때마다 참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B씨는 "처음에는 참았지만, 이번에는 (폭행이) 너무 심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갈비뼈와 손가락이 부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저에게 무엇을 가져오라고 말했는데, 제가 못 알아듣고 다른 것을 가져갔다가 폭행당하기 시작했다"면서 "영상에 나오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이번 일로 두 살배기 아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낙태를 강요하는 남편을 피해 2016년 4월 베트남으로 돌아가 혼자 아이를 낳은 뒤 "더는 때리지 않겠다"는 남편의 약속을 믿고 한국으로 갔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B씨의 남편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여 동안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B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 등으로 8일 구속됐다.

▲ 전남 영암군에서 지난 4일 온 몸에 문신을 한 30대 남성이 베트남에서 이주해 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사진='베트남 여성 폭행' 영상 캡처]

이 폭행으로 B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베트남 여론은 특히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가정폭력 문제 등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가해 남편의 변명에는 "왜 당신이 베트남어를 배워 소통할 생각은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가부장적인 한국 남성들은 베트남 여성을 무시한다. 한국에서 가정폭력은 빈번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B씨가 영상 속에서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많은 베트남 소녀들에게 '오빠'는 아이돌이었지만 저 영상이 오빠의 본모습"이라고 꼬집은 이도 있었다.

베트남 하노이한인회 회장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박항서 감독이 2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이라며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베트남 아내 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력과 학대, 인종차별, 성차별, 성폭력으로부터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 한국인과 결혼한 배우자에게는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정폭력과 관련해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것과 자녀를 앞에 두고 벌어지는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민 청장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 총수 회담 모두 발언에서 "최근 한국 내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베트남 치안 총수의 방한은 7년 만의 일이다. 이번 회담에선 양국 간 치안협력 강화 방안 외에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 폭행사건 처리 방안도 논의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또 람 장관은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민 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해 중상을 입힌 남편 A씨는 이날 경찰에 구속됐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광주지법 목포지원 나윤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며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했다.

A씨는 3년 전 한국에서 만난 B씨가 베트남으로 돌아가 자기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4월 베트남으로 건너가 친자확인 검사를 했다.

아들이 친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B씨와 혼인신고를 한 A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전남 영암군 한 원룸에서 B씨 모자와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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