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서 불‥"화인은 아직도 미궁"

쓰레기집하장서 화재 발생 뒤 학교로 번져…학생 116명 대피 김선일 기자l승인2019.06.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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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지난 26일 오후 4시께 불이 나 방과 후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긴급 대피했다.

▲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지난 26일 오후 4시께 불이 나 방과 후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소동이 벌어졌다.

5층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킨 불은 소방서 추산 4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낸 뒤에야 간신히 잡혔다.

더 아찔했던 것은 당시 방과 후 수업 중이던 학생 116명과 교사들이 그곳에 있었지만, 인명피해나 큰 사고 없이 모두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은명초등학교는 화재 다음날인 27일부터 이틀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화재가 난 지 나흘째인 지금도 남는 의문은 불이 왜 그렇게 컸는지, 어떻게 시작됐는지 등이다.

애초 화재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 주차된 차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 졌지만, 확인 결과 건물에 있는 쓰레기집하장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학교 건물 1층 아래 쓰레기집하장에서 난 불이 옆에 있는 차량으로, 건물 1층 찬장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학교에는 경찰과 소방, 전기안전공사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교정 곳곳을 오가며 조사를 진행했다.

감식단의 말에 따르면, 별관 1층 쓰레기 집하장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이유로 다음 몇 가지가 꼽힌다.

① 별관 건물은 1층을 벽체 대신 기둥으로 지탱하는 '필로티' 구조다. 초등학교에서 나온 쓰레기를 버리는 집하장과 차량들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모두 이 필로티 건물 1층에 있었다. 사실, 필로티 구조가 아닌 일반 건물은 1층에 쓰레기 집하장을 두지 않죠. 필로티 건물 1층은 개방된 공간이란 인식 때문에 통상 건물 밖에 두는 쓰레기 집하장을 사실상 건물 안쪽인 1층에 두었던 것.

② 여기에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천장의 소재는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이었다. 불에 녹아내린 플라스틱이 밑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 떨어지면서 19대가 불길에 휩싸였다. 차 안에 있는 가스나 기름이 불을 더 키웠다.

③ 여기에 기둥만 있고 사방이 개방된 필로티 1층에 산소가 잘 유입되다 보니, 불이 더 쉽게 확대됐다.

④ 건물 전면 외벽에 설치된 알루미늄 패널과 후면의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도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원인이 됐다고 감식단은 보고 있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같은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석고나 시멘트 등을 덧붙이는 마감 방식이다. 시공이 쉽고 건축비가 많이 들지 않아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인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는 스티로폼은 불에 매우 잘 타는 성질을 갖고 있어, 제천 사우나 화재나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 대형 화재에서 불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장을 조사한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집하장에서 시작된 불이 이 외벽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⑤ 또 다른 쟁점은 '스프링클러' 관련이다. 화재 당시 건물 전체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규수업이 끝나 학교에 학생이 없었다는 최초 보도와 달리, 화재 당시 교실 5층에는 방과 후 학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지난 26일 오후 4시께 불이 나 방과 후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소동이 발어졌다. 사진은은 발화 지점으로 알려진 은명초등학교 쓰레기 집하장

교사 11명과 학생 116명 등 127명이 머물고 있었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은 소방대피 매뉴얼대로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대피시킨 교사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관련 법령을 보면, 학교와 같은 교육연구시설은 바닥 면적이 1000㎡를 넘고, 4층 이상에서만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은명초 역시 이 규정을 따랐다. 불길이 시작된 1층 쓰레기 집하장에도, 화재 당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었던 2·3층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이유다.

4·5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이마저 무용지물이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건물 외벽을 타고 번진 불이 환기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불이 실내 천장을 타고 번지면서, 스프링클러 단자 내부를 녹여 버렸다는 게 소방 당국의 판단이다.

스프링클러는 열기를 감지하는 '헤드' 부분이 녹아야 물이 나오는데, 정작 헤드는 녹지 못하고 내부단자만 녹아 작동이 안 됐다는 것이다.

불이 쉽게 번질 수 있었던 필로티 구조에, 가연성 높아 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외벽의 드라이비트 마감재,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경로로 번진 불길에 미처 작동도 못하고 녹아버린 스프링클러까지 불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컸던 이유였다.

하지만 발화 원인에 대해선 아직도 추측만 무성하다.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화인은 '누군가 담뱃불을 실수로 떨어뜨려서 불이 났다'는 것.

발화 지점인 쓰레기 집하장은 전기가 들어오거나 화기를 사용하던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담배꽁초 불씨가 집하장에서 떨어져 불이 났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집하장 근처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긴 했지만, 아직은 이 꽁초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그 사이 일부 언론은 "CCTV 화면에 누군가 쓰레기 집하장 주변을 드나든 모습이 찍혔고, 이 사람이 영수증을 태웠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이 나기 2~3분 전 학교 관계자 한 명이 주차장에 드나드는 모습이 CCTV 화면에 찍히긴 했지만, 아직 이 사람을 불러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영수증을 찢거나 태웠다는 진술도 당연히 들은 바 없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은명초등학교는 다음 주인 7월1일부터 조기 방학에 들어가는 한편, 앞으로 한 달간 학교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칫 대형 인명 피해가 날 뻔한 이번 화재에 관해, 불이 난 원인, 그리고 커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한편, 소방당국은 당시 화재 현장에 출동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압에 나섰으며, 소방대원 267명과 80여대의 소방차가 동원됐다. 불길은 오후 4시43분께 잡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계속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살필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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