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6·25 참전용사 靑 초청 오찬‥"北침략 이기고 정체성 지켜"

3군 의장대 의전 속 구급차 대기 '예우' 만전…유공자 및 배우자 182명 초대 유상철 기자l승인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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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6·25는 비통한 역사이지만, 북한의 침략을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켰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군과 유엔군 참전유공자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25를 하루 앞둔 24일 청와대로 참전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 위로연을 겸한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는 화살머리고지 전투 참전유공자 등 6·25에 참여한 유공자 및 배우자 182명이 초대됐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박한기 합참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함께 했다.

대통령이 참전유공자들만 따로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연을 연 것은 처음으로,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일정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6·25 전쟁에 대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함께 전쟁의 폭력에 맞선, 정의로운 인류의 역사"라고 규정하며, "북한의 침략을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켰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침략'이라는 용어를 쓴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는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전쟁 후 남북이 갈라졌지만, 그 전에는 한반도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침략이 없었다는 언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6·25 전쟁에 참전한 국군 및 유엔군 유공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두고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에 3군 의장대를 참석시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등 '예우'에 만전을 기했다.

모두 발언 도중에는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언급하며 "박수를 보내달라"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참전용사들을 모시는 행사는 호텔 등 외부에서 했는데, 오늘은 청와대에 모시게 돼 뜻깊다"는 취지의 마무리 발언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 사회는 참전용사의 손녀인 이정민 KBS 아나운서가 맡았고,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만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린 캠벨 에이시아(10) 양이 6·25 주요 전투 등에 대해 간략히 발표하기도 했다.

에이시아 양은 연예병사인 2AM 정진운, 비투비 이창섭, 샤이니 키 등과 함께 군가도 불렀다.

이후 참석자들이 소감을 밝히는 순서가 이어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6·25 전쟁에 참전한 국군 및 유엔군 유공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간호장교로 참전한 박옥선 선생은 "당시는 나라부터 챙겨야 할 때였다. 공부에만 열중할 시기가 아니었다"며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치료를 못 한 것이 후회스럽다. 남은 생애를 참전용사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에 참전해 유색인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에 선정됐던 고(故) 김영옥 대령의 조카 다이앤 맥매스 씨는 "삼촌은 헌신적인 분이었다.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호전투와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조셉 벨란저 선생도 "한국의 발전상이 실로 놀랍다"며 "한국 전쟁은 제 가슴에 늘 남아있다. 참전해 함께한 것을 신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전투 참전용사인 박동하(94) 선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우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낭독했다.

박 선생은 거수경례로 인사를 한 뒤 "너무나 많은 전우가 이 땅을 지키다 전사했다. 전우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며 낭독을 시작했다.

이어 "포탄이 떨어져 우리 전우들을 한꺼번에 잃은 날이 있었다. 어떤 이는 머리가 없고, 어떤 이는 다리가 없고, 누군가는 배가 터져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며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고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면서 흐느끼기도 했다.

박 선생은 "내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너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 혼자 청와대에 오게 돼 미안한 마음을 참을 수 없다"며 "그곳에 잠들어 있는 너희들을 기억하고, 시체 하나가 없을 때까지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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