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전현직 고위직 판사 10명 기소‥현직 권순일 대법관 제외

檢, 이민걸·이규진·유해용 등 기소…현직 법관 66명 비위통보 김선일 기자l승인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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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고위직 법관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기소와 별개로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주최로 진행된 사법농단 관여법관 2차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열렸다. 서기호(왼쪽 세번째) 민변 사법농단TF 탄핵분과장이 추가 탄핵 대상자 선정 기준 및 추가 탄핵소추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이민걸(58)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57)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전·현직 판사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광렬(54)·임성근(55)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이태종(59)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62)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기소대상에 포함됐다. 성창호(47)·조의연(53)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방창현(46)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도 재판에 넘겨졌다. 권순일(60) 대법관 등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대법관들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전·현직 판사는 앞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14명으로 늘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모임에 대한 와해를 시도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실장은 법원행정처 근무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시 국민의당 의원들 재판을 심리한 재판부의 심증을 빼내 전달한 혐의가 새롭게 드러났다.

그는 2016년 10∼11월 국민의당 관계자로부터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와 유·무죄 심증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을 통해 재판부 심증을 보고받아 국민의당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수집과 옛 통진당 관련 재판 개입, 법관사찰 등 혐의를 받는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박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 측으로 누설한 혐의, 지난해 초 법원을 퇴직하면서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내부기밀을 무단으로 들고 나간 혐의가 적용됐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 체포치상 혐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

그는 원정도박 혐의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씨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신 전 부장판사는 이미 전산에 등록된 재판진행 상황이 문제가 될 경우 '담당 실무관의 입력 오류 때문'이라고 대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 상대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검찰 수사상황을 빼내고 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성 부장판사 등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2명은 수사기밀을 보고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지법원장은 서울서부지법 집행관들 비리 사건 관련 수사기밀을 보고받은 혐의, 심 전 고법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방 부장판사에게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받고 자신이 담당하던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이유를 누설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전·현직 법관 100여 명 가운데 현직인 권 대법관과 차한성(65)·이인복(63) 등 전 대법관은 기소대상에서 빠졌다.

권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면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에 가담한 혐의,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민사소송 '재판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할 당시 법원행정처가 옛 통진당 재산 국고귀속 소송에 개입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공소제기와 별개로 이날 기소된 이 전 상임위원 등을 포함한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비위내용을 검토해 징계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세 차례 자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전 상임위원 등 법관 8명에게 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비위가 추가로 드러난 판사들은 아직 징계 절차에 회부되지 않았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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