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지방(天圓地方)과 돈(錢)에 헑힌 이야기

"돈을 '전(錢)'이라 통하고 특별한 방언도 없어…재산이나 재물을 일컫는 말" 서울투데이 기자l승인2019.01.1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천, 둥글원, 땅지, 모방)'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수학 및 천문학 문헌인 '주비산경(周髀算經)'에 "모난 것은 땅에 속하며 둥근 것은 하늘에 속하니,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고 선언돼 있다. 이 명제는 전근대 시기 말까지 동아시아 사회에서 하늘과 땅의 모양에 관한 권위있는 학설로 받아들여졌다.

고대로부터 '천원지방'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해석됐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천원지방'을 하늘과 땅의 실제 모양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는 고대 중국인의 소박한 우주관을 반영한 것이지만, 한(漢)나라 시기에 주비가(周髀家)라고 불리던 우주론 학파는 여전히 "하늘은 수레 덮개를 펼친 것과 같은 원형이고, 땅은 바둑판과 같은 방형이다"고 믿었다.

하지만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부터는 천원지방을 하늘과 땅의 실제 모양으로 보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 더 널리 퍼졌다.

예를 들어 '대대례기(大戴禮記)'에는 "만약 정말로 하늘이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면, 하늘이 땅의 네 모서리를 가리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증자(曾子)의 언급이 실려 있다.

그는 '천원지방'을 그 대신 하늘과 땅이 지닌 양과 음의 도(道)를 표현하는 말로 해석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해석이 '주비산경'의 '천원지방' 구절에서 주석을 단 조군경(趙君卿) 등 여러 논자에 의해 제기됐다.

17세기 서양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 땅이 둥근 공 모양이라는 '지구설(地球說)'이 중국에 알려지자 천원지방을 모양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도(道) 또는 덕(德)으로 해석하는 입장이 다시금 강조됐다.

'지구설'을 처음으로 전한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는 천원지방에 대해 "굳건히 회전하는 '하늘의 덕(天德)' 가운데 고요히 정지한 '땅의 덕(地德)'을 표현하는 말이다"고 해석했다.

이후 '지구설'을 중국과 조선의 여러 학자들이 마테오 리치의 해석에 동의했다. 때문에 서로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 천원지방의 명제와 서양의 지구설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돈(錢) : '화폐(貨幣)'의 명사로 인지되고 있으며, 재산이나 재물을 일컫는 말.
"돈이 많으면 장사 잘 하고,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은 국문 기록이 시작된 이래 줄곧 '돈'이라고 표기됐고 어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방언에서도 다른 말을 쓰지 않는다. 간혹 중부 방언에서는 돈을 '둔'으로 발음하지만 '돈의 어원'은 명확한 자료나 짐작이 어렵다.

돈은 '돈다'는 동사에서 유래했고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믿기 쉽지만 민간 어원이라고 보는 게 마땅하며, 한자어로는 '전(錢)'이라고 표현된다.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부터 이 글자를 '돈 전'이라고 읽었다. '화폐(貨幣)'라는 말도 쓰인 내력이 오래된다. '금', '황금'이니 하는 말도 돈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속담에는 돈(錢)의 위력을 강조해 '필요 악조건'으로 일컬으면서 못마땅하게 여기는 반응도 나타낸다. '돈이 양반', '돈이 장사', '돈이 제갈량이다'고 하며 "돈의 힘이 크다"에는 부정할 수 없다. '돈이 많으면 장사 잘 하고,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고 해 사람의 능력이 오히려 중요하지 않게 된 사태를 지적한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다'라는 말에서는 돈의 위력을 강조하느라고 불가능한 상상을 하며, 돈 때문에 세상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대목도 엿볼 수 있다.

돈이 없을 때도 돈에 대해 한탄 섞인 말들을 많이 한다. '돈 없으면 적막강산이요', '돈 있으면 금수강산이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벌기는 힘들어 '돈 한 푼 쥐면 손에서 땀이 난다'고 하고, '돈 나는 모퉁이 죽을 모퉁이다'고 한다.

'돈 놓고 돈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돈은 반드시 노력만으로 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밑천이 있어야 벌 수 있으며, 밑천을 굴려 돈을 버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생겨날 수도 있다. 그래서 '돈에 침 뱉을 놈 없다'고도 말하지만, 결국 속내를 살필 때 돈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지만 권세보다 돈 많은 사람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 홍산문명 우하량에서 발굴된 천원지방형의 제천단과 무덤

특히, 돈이 많아도 쓰지는 않는 '구두쇠·자린고비·수전노' 등은 비난과 풍자의 대상이 되며,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다고 해서 '돈은 더럽게 벌어도 깨끗이 써라',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써라'라고도 한다.

그리고 "돈에 집착하지 말아야 사람의 도리를 바르게 지킬 수 있다"는 교훈도 여럿 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교훈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최영(崔瑩)장군에게 남겼다 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돈보다 사람이 소중하다"는 경구로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라고 하는 것이다. '돈 모아 줄 생각 말고 자식 글 가르쳐라'는 말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상기하고 넘어갈 것은 우리가 흔히들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돈을 번다, 돈을 벌었다"처럼 '벌었다'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그 이유(어원)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왜 돈을 '벌었다'라고 하는가를 일러보자면 바로 '천원지방(天圓地方)'에서 비롯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의 뜻을 기반해 예전 화폐인 '엽전'을 가장자리는 둥글게 하고 가운데를 네모로 구멍을 내어 엽전 꾸러미를 단단한 쇠줄로 꿰도록 했다.

엽전(돈)을 많이 모으면 쇠줄(전대)에 꿰기 위해 쇠줄(전대)을 벌리는 때를 일컬어 '벌인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모은 돈(錢)을 전대에 꿸 때 모양에서 출발한 말로 "돈(錢)을 벌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돈 모으는 일 또는 돈이 생기는 일을 "돈을 번다. 돈을 벌었다"라고 통용하게 됐다.

또한, 돈이 생기는 경우를 '운수(運數)  또는 재수(財數)'라고 한다. 재수(운수)는 '있다', '없다'라고 말한다. '재수가 물밀 듯하다.', '재수가 불일 듯하다'라는 말은 재수가 있다는 것이고, '재수가 옴 붙 듯한다', '재수에 옴 올랐다'는 말은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재수는 곧 운수라고 생각해 점을 쳐서 알아내려고 하고 또는 신앙 행위를 통해 기도로 얻으려고 한다. 무속의 굿에 재수굿이 있고, 기독교나 불교에서도 재수발원(기도)이나 재수불공이 있다.

무속적으로 성주신(城主神-家神) 이 관장한다고 믿는 재수굿은 집안의 신성한 장소인 대청에 모신 성주신을 위하는 대표적인 굿 형태의 하나로 정월 또는 시월에 한다.

근래는 운수업 종사자들이 무사고를 기원해 흔히 이 굿을 한다. 굿상에 돼지머리를 놓고 재수를 상징하는 돈(錢)을 헌납하는 것이 이 굿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당이 굿을 하면 구경꾼들도 돈을 굿상에 얹고, 걸고, 무당 얼굴에 붙이기도 한다.

이는 재복(財福)을 비는 무당에게 보수(팁Tip)를 지불하는 방식이면서, 돈 내는 사람에게 재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당은 신령의 현신 자격으로 그 돈을 거두어들인다.

저승차사가 오면 음식을 대접하고, 신발을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돈으로 인정을 쓰는 절차도 있다. 무당이 저승차사 노릇을 하며 저승길을 갈 때 등에 붙이는 문서에도 돈이 꽂혀 있다.

죽어 저승에 가는 사람도 노자나 용돈이 필요하다고 믿어, 그 경우에는 종이돈을 마련해 불에 태워 저승에 보낸다. 이처럼 돈은 저승에서도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 것이 흥미롭다.

오늘날까지 과학이 발전했더라도 장사하는 사람들은 재수를 소중히 여겨 재수의 속신을 지킨다. 장사를 시작할 때 첫 손님이 물건을 사는 것을 '마수'라고 하고, 마수를 잘 해야 하루 동안 재수가 좋다고 생각한다.

첫 손님이 흥정만 하다가 만다든가 첫 손님에게는 마수를 잘못한 경우 불쾌히 여겨 마수로 받은 돈에는 침을 뱉는 관습이 이것이다. 돈이 더럽다고 하면서도 돈이 많이 벌리도록 기원하는 일종의 액풀이다.

[참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투데이 기자  press@sultoday.co.kr

<저작권자 © 서울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투데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제호)명 : 시사투데이(주) - 서울투데이  |  회사설립일 : 2003. 11. 20  |  사업자등록번호 : 107-86-42867
주 소 : (우)01044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로 522 (서울투데이 2층)  |  대표전화 : 02-6326-6112  |  팩스 : 02-6407-4117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8-서울강북-0396
발행인 겸 대표이사 : 김중근 | 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0506  |  등록일자 : 2008. 02. 04  |  발행일자 : 2008. 02. 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중근
서울투데이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보호법에 따라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Copyright © 2007-2019 서울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sul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