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파문' 체육계 '성추행 전수조사'‥조재범 前 코치 "성폭행 절대 없었다"

성폭력 범위 확대해 징계 강화…성추행도 영구제명·해외취업 차단 홍정인 기자l승인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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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홍정인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38·수감중) 전 코치로부터 폭행은 물론 4년 간 지속적인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추가로 고소한 사실까지 전해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9일 체육계 전수조사 등 성폭행 근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 성폭행 가해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체육 분야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체육계 성폭행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우선 성폭력 가해자가 영구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 규정 등에 따르면 현재는 강간·유사강간이나 이에 준하는 성폭력의 경우에만 영구제명하게 돼 있다. 앞으로는 '중대한 성추행'도 영구제명 대상에 포함된다.

문체부는 또 성폭력 관련 징계자가 국내외 체육 관련 단체에 종사할 수 없도록 막을 예정이다.

조 전 코치의 경우 심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당한 뒤 중국 대표팀에 합류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노 차관은 "이런 사건을 예방하지 못하고 사건 이후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해 선수와 가족,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그간의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육계의 폐쇄적인 구조를 혁신하지 못하면 허울뿐인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선수들의 감독·코치에 의한 성폭력 경험 비율은 1.7%에 불과하지만, 조 전 코치 사례처럼 집계되지 않은 폭력이 만연하다는 얘기다.

사실을 밝히더라도 체육단체는 좁은 인맥으로 촘촘히 얽혀 있어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가 조재범(38·수감중) 전 코치로부터 폭행은 물론 4년 간 지속적인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추가로 고소했다.

2015년 제자를 성추행한 한 실업팀 코치에게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지만,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가 3년 자격정지로 징계 수위를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이 처럼 일각에서는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을 둔 폭력 문제가 정부 대책으로 뿌리 뽑힐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크다.

여준형 전 국가대표 코치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이전부터 이런 문제가 불거졌는데 연맹 차원에서 어떠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수면 아래에 묻혀있던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심 선수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조 전 코치의 폭행과 성폭행은 서로 무관하지 않은데 조 전 코치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때렸다고 주장하는 등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놨다"며 "심 선수는 지금도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심 선수가 제출한 고소장에도 담겼다. 만 17세 때부터 숱하게 성적 학대를 당했지만, 기억할 수 있는 10여 건만 고소장에 담은 것이다. 경찰은 기존 폭행 혐의와 심 선수가 밝힌 성폭행 피해 사이에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조 전 코치에 대한 성범죄 고소 건은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피해 사실 공표는 물론, 피해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내용도 언급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어린 선수가 여성으로서는 밝히고 싶지 않은 피해 사실을 용기내 고백한 것인 만큼 언론도 보도를 최소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전 코치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압수해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심 선수가 주장한 성폭행 시점 전후로 심 선수와 조 전 코치의 대화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38·수감중) 전 코치로부터 폭행은 물론 4년 간 지속적인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추가로 고소했다.

다만 범행 장소 주변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은 저장 기간이 지나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조 전 코치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달 17일에 접수했지만, 조 전 코치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남은 상태여서 조 전 코치에 대한 조사를 미뤄왔다. 오는 16일 경찰관이 수원구치소를 방문해 조 전 코치를 조사하는 것으로 통보를 했다. 하지만, 14일 조 전 코치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난다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출석시킬 예정이다.

반면 조 전 코치 측은 "절대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 전 코치의 변호인은 "성범죄 피해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됐다는 얘기를 전달 받고 오늘 오전 조 전 코치를 구치소에서 만나고 왔는데 심 선수가 이런 주장을 한 데 대해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다"며 "자신은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전 코치의 변호인은 "조 전 코치가 '터무니 없는 얘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성폭행은 물론 성추행으로 의심할 만한 일도 자신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조 전 코치의 변호인은 "아직까지 고소장을 받아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고소장을 받아본 뒤에 판단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조 전 코치가 결백을 주장하는 만큼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중인 조 전 코치의 '상습 상해' 사건 피해자 4명 가운데 심석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조 전 코치와 모두 합의를 해 준 것이다. 심석희도 결심공판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합의 요청을 받았다.

조 전 코치의 2심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이다.

홍정인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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