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 탄핵 알린 기관지 '독립신문' 호외 최초 발견‥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미보고 사료

재불독립운동가 홍재하 유품서 나와…차남이 佛 브르타뉴지방 자택서 보관 이미영 기자l승인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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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이미영 기자] 이승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서 탄핵당한 사실을 알린 임시정부가 간행한 기관지인 '독립신문' 호외(號外)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소도시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 1925년 3월 이승만의 임시정부 대통령 탄핵 사실을 알린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호외가 최초로 확인됐다. 그동안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미발굴 사료다. [사진=장자크 홍 푸안 씨/국사편찬위원회]
▲ 재불독립운동가 홍재하(오른쪽)가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에 파견 교육을 받으러 온 한국군 장교 또는 생도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선 모습.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0년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장자크 홍 푸안 씨/국사편찬위원회]

'독립신문'이 이승만의 탄핵 사실을 알린 호외의 존재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재불 독립운동가 홍재하(洪在廈·1898∼1960)의 차남인 장자크 홍 푸 안(76·프랑스 거주) 씨와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조광)에 따르면, 홍재하가 남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관련 자료 가운데 '독립신문'이 대한민국 7년(1925년) 3월25일 호외로 발행한 신문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독립신문'은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발행했던 기관지로, 독립운동가들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펼치고, 국내외 독립운동 소식을 전하던 창구 역할을 했다. 이는 흔히 알려진 서재필 박사의 독립신문과는 제호만 같을 뿐 다른 신문이다.

'대통령 탄핵안 통과'라는 제목의 이 호외에는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의회)이 1925년 3월18일 이승만을 탄핵하고 면직시킨 것, 그리고 박은식을 곧바로 임시대통령으로 선출한 내용 등이 신문 한장에 담겼다.

호외에는 ▲대통령 이승만 면직 ▲신(新)대통령을 선출 ▲신대통령 박은식 취임식 거행 ▲국무원 동의안 통과의 네 개 소제목으로 사실관계가 건조하게 기술됐으며, "3월18일 임시의정원 회의에 임시대통령 이승만 탄핵안이 통과되다"라고 명확히 적혀있다.

임시정부 인사들은 당시 이승만이 주장한 국제연맹 위임통치안에 반발해 그가 상해 임시정부에서 직접 직책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임시의정원 결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발견된 독립신문 호외는 곳곳이 찢어져 있는 등 보존상태가 완벽하진 않아도 글자를 모두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제작을 맡긴 인쇄소의 당시 활자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 한자·한글이 혼용된 글자들의 크기가 조금씩 다른 것도 특징적이다.

이승만의 탄핵 이유와 과정을 기록한 사료들은 '임시정부 공보(公報) 42호 심판서' 등 정립된 형태로 남아 있지만, 이를 일반 대중에 알린 독립신문 호외의 존재 자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호외는 재불 독립운동가 홍재하가 간직해온 것으로, 1960년 파리 근교에서 그가 암으로 타계한 뒤 장녀를 거쳐 차남인 장자크 씨가 생브리외(Saint-Brieuc)의 자택 창고에 보관해왔다.

▲ 재불 독립운동가 홍재하(1960년 파리서 타계)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안(76.왼쪽)씨가 지난 25일 (현지시간)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자인 파리 7대 마리오랑주 리베라산 교수(가운데)와 이장규(파리 7대 박사과정·오른쪽)씨와 함께 프랑스 생브리외의 자택에서 부친의 유품들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자크 홍 푸안 씨/국사편찬위원회]

이 자료에서는 또한 임시정부가 독립투쟁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재무부 포고령도 발견됐다. 이 역시 실물로 전해 내려오는 양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큰 사료다.

장자크 씨를 수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재불 동포 김성영·송은혜 씨 부부는 그의 도움 요청을 받고 자료들을 살펴보던 중 중요성을 직감하고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접촉했다.

홍재하의 유품 중 근현대사의 중요 사료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본 국편은 지난주 장자크 씨의 자택으로 조사팀을 급파해 독립신문 호외 등 다수의 사료를 확인했다.

국편 김득중 편사연구관(국외자료조사팀장)은 "이승만 탄핵을 알린 독립신문 호외의 존재 자체가 그간 알려진 바 없었다"면서 "국내에서 발행된 독립신문 영인본에도 들어 있지 않은 내용으로, 임시정부의 새로운 사료"라고 말했다.

장자크 씨로부터 자료를 기증받은 국편은 이 호외를 보존처리를 거쳐 내년 임시정부 100주년 관련 전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승만의 탄핵을 알린 독립신문 호외가 머나먼 프랑스에서 발견된 배경에도 학계는 주목한다.

당시 임정이 중국에서 다량 발행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호외는 중국에서는 국공내전 등 전란을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일제의 탄압과 해방정국,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홍재하가 임시정부 인사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보이는 호외는 파리 근교에 거주하던 홍재하와 그 자녀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관될 수 있었다.

이 자료는 재불독립운동가 홍재하가 프랑스에서도 임시정부 인사들과 매우 밀접히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도 평가된다.

최근 독립운동 공적이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독립운동가 홍재하가 1920년대 프랑스에 있던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활동 자금을 모아 보냈다는 내용은 파리위원부 황기환 서기장이 1920년 보낸 감사를 표하는 친필서신이 발견돼 최근 확인된 바 있다.

▲ 프랑스 파리 근교 콜롱베의 공동묘지에 잠든 독립운동가 홍재하의 묘 [사진=장자크 홍 푸안 씨/국사편찬위원회]

고국행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프랑스 땅에 잠든 홍재하의 묘소는 파리 근교의 한 위성도시 콜롱브(Colombes)에 있다.

김득중 편사연구관은 "상하이에서 발행된 임시정부 기관지의 호외가 프랑스에 살던 홍재하에게 있었다는 사실은 그와 임시정부가 강력한 유대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홍재하가 해외 임시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가늠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자크 씨가 부친이 남긴 근현대사 기록물 전체를 국편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국편은 자료들의 보존처리와 연구를 거쳐 '홍재하 컬렉션'(가칭)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최근 밝혀진 사료들에 따르면, 홍재하는 1898년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서 태어나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위험에 처하자 1913년 만주를 거쳐 러시아 무르만스크로 건너갔다.

무르만스크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홍재하 등 한인들은 이곳을 점령한 영국군을 따라 우여곡절 끝에 에든버러까지 흘러 들어갔고,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는 황기환 서기장을 영국에 급파해 일제 치하의 한국으로 송환될 뻔한 이들 중 홍재하 등 35인을 1919년 프랑스로 데리고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홍재하는 이후 프랑스 최초의 한인 단체인 '재법한국민회' 결성을 주도해 이 단체의 2대 회장을 지낸다.

무엇보다 그는 프랑스에서 한인들이 1차대전 전후복구 노동으로 힘들게 번 돈을 갹출해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보낸 자금책이었다.

파리에서 프랑스 여성과 결혼해 홍 푸안 씨 등 2남 3녀를 둔 홍재하는 '해방만 되면 반드시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꿈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고 홍 푸안 씨는 증언했다.

하지만 홍재하는 곧 해방정국의 극심한 혼란과 한국전쟁의 격랑을 맞게 되고 결국 고국 땅을 끝내 밟지 못한 채 1960년 암으로 타계했다.

▲ 재불 독립운동가 홍재하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안 씨가 지난 11월25일(현지시간) 재불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파리 7대 마리오랑주 리베라산 교수와 이장규(파리 7대 박사과정)씨가 선물한 한국독립운동사 관련 자료집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장자크 홍 푸안 씨/국사편찬위원회]

이미영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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