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용역계약 대가 '억대 금품' 수수‥조합 임원·브로커 구속

브로커 동원해 용역업체 선정·계약 연장 대가로 '4억원 꿀꺽'…2명 구속·5명 불구속 기소 김선일 기자l승인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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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경기도 남양주 아파트 재건축조합 임원들이 브로커를 끼고 용역업체들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임원 1명과 브로커 1명이 구속됐다.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용역업체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남양주 평내동 아파트 재건축조합 이사와 브로커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자료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남양주 평내동 한 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이사 A(54)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브로커 B(58)씨를 특가법상 뇌물수수·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최근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또 A씨와 함께 돈을 받은 재건축조합 조합장 등 임원 3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돈을 건넨 철거업체 대표와 용역업체 대표 등 2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의견으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철거, 이주관리 등 재건축 용역업체 선정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총 2억1475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지인을 통해 B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기존 조합장을 해임하고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속칭 `바지` 조합장 C씨(73)를 앉혀 조합 내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A씨는 모든 계약업무를 장악하고 B씨가 정해주는 업체를 상대로 계약을 체결하며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용역 계약때마다 업체 대표들에게 "인사하라. 다음 계약 안 할 거냐"라며 금품을 요구하는 등 총 21회에 걸쳐 1회당 100만~3000만원을 받았다.

또 사전에 정한 암호를 홍보 직원들과 공유한 뒤 조합원들이 금품을 제공한 업체에 투표하도록 유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에 자신이 조합 임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면서 계약 체결 전후에 1억7200만원을 따로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이주관리 및 범죄예방 용역 계약에도 관여해 84억원 상당의 계약을 한 업체에 몰아준 뒤 딸 명의의 계좌로 대가를 받았다.

또 시공사 책임인 철거업무 관련 업체 대표와 공모해 자신의 처를 회사 직원으로 가장한 뒤 12개월 동안 월급 형식으로 매월 450만원 상당을 받는 등 한 업체에서만 1억2595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아파트 철거가 완료되면 B씨에게 1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받은 돈 가운데 2억8천여만원은 뇌물수수, 1억7천여만원은 알선수재가 각각 적용됐다.

▲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평내진주아파트(1231세대) 재건축 전 전경 [자료사진]

A씨와 B씨는 총회를 통해 기존 조합장을 쫓아내고 '바지 조합장'을 앉힌 뒤 마음대로 계약업체를 선정하면서 업체 선정 또는 계약 연장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84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한 업체에 몰아주는 대가로 딸 명의 계좌로 돈을 받고, 자신의 아내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매달 월급 450만원을 1년 동안 받게 하는 등 한 업체에서만 1억2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도피했으며 경찰은 추적 끝에 A씨를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준 부동산 중개업자 C(56)씨는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한편, 남양주시 평내동 삼창아파트에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권모(50) 씨가 지난 1월10일 오전 평소처럼 서울 강남으로 가는 출근길 도중 돌연 한강에 몸을 던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 등에 따르면 권씨는 가족들에게 유서 형식의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며 경찰은 권씨가 채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았다.

권씨 가족은 "최근 부쩍 아파트 재건축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권씨의 부모는 "재건축이 우리 아들을 죽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슬하에 20대 자녀 둘을 둔 평범한 가장인 권씨는 지난해 9월 남양주 양지·삼창아파트(평내2구역·약 1,000세대)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활동을 시작했다. 평내2구역은 2011년 1월 주택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평내2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그해 12월 조합설립이 허가 후 2016년 12월 사업시행이 확정됐다. 지난해 9월부터 남양주시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떨어져 조합 측은 연말부터 이주를 통보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비대위를 꾸려 반발에 나섰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감정평가 결과 새로 지어질 아파트의 분양가는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권씨 가족이 사는 22평형 아파트의 감정 평가는 1억원으로 나왔으며 17평형은 7,50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재건축될 22·25·34평형의 예상 분양가는 각각 △2억8,000만원 △3억원 △4억원이다.

권씨 가족의 경우 이 집을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가려고 하더라도 7,000만원의 빚을 제하면 수중에 쥐어지는 돈이 얼마 안 남는다. 분양을 포기한 다른 입주민들의 사정도 대부분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며 살길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용역업체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남양주 평내동 아파트 재건축조합 이사와 브로커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밝힌 금품수수 구조도.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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