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학교서 대낮 '인질극' 발생‥"신원조사 없이 교문통과"

"20대 남성 1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학교 측의 허술한 출입 관리 도마" 김선일 기자l승인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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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대낮에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던 20대 남성이 1시간 만에 체포됐다.

▲ 2일 오후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 학부모들이 정문 앞에 몰려 북적이고 있다.

뇌전증(간질) 장애4급으로 확인된 이 남성은 모교에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이유로 교문을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 측의 허술한 출입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2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3분 서초구 방배초 교무실에서 양 모씨(25)가 이 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민 채 인질극을 벌였다. 학교보안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기동타격대를 현장에 급파했다.

양씨와 대치하던 경찰이 대화를 시도하며 물을 건넸고, 양씨가 물을 마시던 중 갑자기 간질 증세를 보이자 경찰은 이 틈을 타 낮 12시43분 양씨를 덮쳐 검거했다. 인질로 잡혔던 여학생은 무사한 상태로 양씨가 검거된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양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방배초 졸업생이라면서 졸업증명서를 떼기 위해 민원인 신분으로 학교를 찾았다.

방문 매뉴얼대로라면 외부인은 신분증을 주고 방문기록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당시 학교보안관은 졸업생이라는 말만 믿고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관계자는 "젊은 사람이고 졸업생이라고 하기에 보안관이 믿고 들여보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35분께 체포 직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양씨를 방배경찰서로 데려와 조사에 착수했다.

양씨는 경찰 조사에서 "군대에서 질병이 생겼는데 아무도 보상을 해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뇌전증 장애4급으로 확인된 양씨가 실제 이 학교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위기 상황 발생 시 매뉴얼대로 경찰에 신고하고 방송을 통해 학생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보안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에 대해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평상시 방문기록서 등을 잘 작성해왔는데 이날만 실수가 있었다"며 "보안관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2년 서울 계성초등학교에서 고교 중퇴생이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6명이 다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또다시 초등학교 안전이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초등학교 정문 보안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졸업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떼기 위해 외부인이 초등학교에 방문할 때 해당 학교 졸업생인지 등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하루에도 외부인 수십 명이 학교를 방문하는 상황에서 의심이 간다고 무턱대고 신상을 캐묻기도 곤란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양씨를 상대로 다른 동기가 있는지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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