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두번째 극단적 선택‥"피해자의 가해자화 경계해야"

"가해자 스스로 도망쳐" vs "피해자가 코너로 몰아" 갑론을박도 김선일 기자l승인2018.03.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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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선일 기자]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면서 배우 조민기에 이어 학생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한국외대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으나 휴대전화에 메모 형식으로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외대는 "고인은 교육자로서 의혹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 관련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교수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여성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는 '펜스 룰'만이 답이다', '이제는 자제할 때가 됐다'는 등 '미투' 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에 만들어진 '펜스룰도우미' 계정은 "여성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동의 하에 문을 열어두거나 녹음을 해라", "펜스룰을 실천해서 여성과 술자리도 피해라"는 식의 안내를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투 현상을 발본색원하려면 여성을 군대에 보내야 한다", "미투 운동 확산으로 남성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으니 남자대학교를 설립해야 한다"와 같은 글도 올라왔다.

심지어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몰아가는 주장도 기사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 온라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미투' 운동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생 딸을 둔 서모(55)씨는 "용기를 내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던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무거워졌을지 짐작해보면 착잡할 따름"이라며 "세상을 등진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30·여)씨는 "잘못은 본인이 저질러놓고 가족, 피해자만 남겨놓고 떠나갔다는 가해자들은 끝까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수사기관과 학교의 조사가 유야무야됐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미투' 운동에 동참한 성폭력 피해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되며, 비난할 수도 없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미투 운동의 본질은 성폭력범을 사회적·형사적으로 처벌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문화를 근절하자는 것인데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이 모든 절차가 중단된다"며 "피해자로서는 가해자를 처벌할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것인데 이 선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교수는 "가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을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보는 관점은 그야말로 피해자를 '가해자화'하는 것"이라며 "가해자의 죽음을 성폭력 가해자 연대의 빌미로 사용하거나, 미투 운동의 불씨를 꺼뜨리는 소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SNS에는 "정말 무책임한 행동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조사가 진행되면 더 밝혀질 자신의 죄가 두려워 도망친 것 아닌가요?"

"용서를 구할 수 없도록 코너로 몰아서 죽이는 것이 '미투'라면 피해자들 또한 살인자나 다름없어 보이네요."라며 갑을박론 논쟁이 뜨겁다.

김선일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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