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전설' 박세리, 눈물 속 은퇴ᆢ"나는 행복한 사람"

"18번 홀 내내 울었다…우승보다 더 행복해" 홍정인 기자l승인2016.10.13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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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홍정인 기자] '골프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13일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끝내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 박세리(하나금융그룹)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LPGA KEB 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 후 열린 은퇴식 행사에 눈물을 흘리며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18번홀 시작 전부터 눈물이 나서 티샷도 못할 뻔 했습니다"

떠나는 '한국여자골프의 개척자'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이별을 고했다. 관람석을 가득 채운 갤러리들은 일제히 'SERI'라고 적힌 모자를 벗어 흔들며 그의 떠나는 길을 축복했다.

◇ "박세리 파이팅." "은퇴 포기하세요."

박세리가 이날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현역 마지막 퍼트를 하기 위해 18번 홀 그린에 올라서자 갤러리들은 한마음으로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현역 마지막 샷을 파로 마무리한 박세리는 이날 함께 라운딩 한 중국의 펑샨산(27), 미국의 렉시 톰슨(21)과 포옹하며 눈물을 훔쳤다.

▲ 박세리(하나금융그룹)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공식 은퇴식이 열렸다.

박세리는 어깨통증과 실전감각 저하로 첫홀부터 보기를 기록하는 등 이날 보기 9개와 버디 1개로 8오버파 80타를 친 뒤 기권했다.

하지만 스코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팬들은 LPGA 투어에서 25승(메이저 5승 포함)을 거두고 세계 여자골프의 흐름을 바꾼 전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세리의 은퇴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갤러리 2,000여명이 18번홀을 에워쌌다. 박성현(23·넵스)과 전인지(22·하이트진로), 김효주(21·롯데)와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박인비(28·KB금융그룹), 은퇴한 박지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 등 외국 선수들도 전설의 마지막 골프 여정을 함께 했다. 박세리가 18번홀 페어웨이에 마련된 단상에 오르자 관중은 물론 박세리와 함께 경기했던 동료 선수들도 함께 모자를 벗어 흔들었다.

▲ 박세리(하나금융그룹)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공식 은퇴를 밝힌 뒤 동료와 인사하고 있다.

◇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리틀앤젤스 어린이 합창단의 '상록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박세리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대형스크린에서는 남자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46·SK텔레콤)와 후배들의 격려 인사에 박세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후배 선수들도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신인왕을 확정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은퇴식을 지켜보는 내내 눈물을 훔쳐내기 바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두면서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박성현(23·넵스)도 이날은 눈시울을 붉혔다. 재미동포 골퍼 크리스티나 김(32)은 은퇴하는 박세리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 박세리(하나금융그룹)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LPGA KEB 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 후 열린 은퇴식 행사에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하고 있다.

팬들은 '사랑해요 세리'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 수건을 흔들며 박세리가 골프채를 내려놓는 순간을 함께했다. 18번홀에는 골프선수뿐 아니라 '국보급 투수' 선동열 프로야구 KIA 전 감독과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박찬호, 김세진 프로배구 OK저축은행 감독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세리는 "첫 홀에서 많은 팬들이 '그 동안 수고했다'고 응원해 주시는 순간부터 울컥했고, 18번홀 티박스에 섰는데 또 눈물이 났다"면서 "마지막 홀에 많은 분들이 바라봐 주셔서 우승했던 것보다 더 행복했다.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외환 위기를 맞아 힘들었던 시절인 1998년 박세리는 워터 해저드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장면을 공익광고로 제작했을 때 나왔던 '상록수' 노래가 그린에 울려 퍼지면서 팬들은 박세리를 떠나 보냈다.

▲ 박세리(하나금융그룹)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LPGA KEB 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 후 열린 은퇴식 행사에 눈물을 흘리며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홍정인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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