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출 없는 女 가슴 상반신 '몰카'‥"성범죄 처벌 안돼"

"성폭력처벌법상 '몰카' 범죄…종합적·구체적 판단해야" 한명준 기자l승인2016.01.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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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한명준 기자] 대법원이 노출이 없는 여성의 가슴 상반신을 촬영한 것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르면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24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유모(29)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유씨는 지난 2014년 4월28일 오후 10시48분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A(당시 23세)씨를 보고 뒤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A씨의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을 찍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는 또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49차례에 걸쳐 여성의 가슴이나 다리 부분을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은 "피해자의 노출은 전혀 없고 입고 있던 옷이 선정적이지도 않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마치 가슴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지만 사진상으로는 가슴 부분 볼륨감이 도드라지는 등의 모습은 없다"며 "'수치심을 느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만으로 노출 정도, 촬영 각도,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에 관한 종합적인 내용을 배제한 채 해당 사진의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2014년 4월28일 여성을 뒤따라가 촬영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 벌금 100만원과 24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2심은 "노출된 부분이 없어 고도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에게 관심이 있어 엘리베이터까지 피해자를 쫓아가 촬영했다는 유씨의 촬영 의도, 피해자 모르게 은밀히 이뤄진 촬영 경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경찰에 신고한 것을 종합하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서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장소, 각도,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유씨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를 넘어 유씨가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의 판단은 대법원의 판시와 같이 종합적인 고려한 것이 아니라 촬영자의 의도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파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명준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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