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1차상봉 마무리‥"눈물 속 기약없는 작별"

24일부터 2차 상봉… 남측 가족 90명 신청 유상철 기자l승인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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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아쉬운 '작별상봉'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2박3일 간의 짦은 만남이 마무리됐다.

▲ 남쪽 이순규 할머니가 북쪽 남편 오인세 씨(왼쪽)를 만나고 있다.

마지막 상봉 행사인 작별상봉은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 이산가족들은 점심 식사 뒤, 오후 1시20분 금강산에서 출발해 귀환할 예정이다.

북측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자 남측 가족들은 제 피붙이를 찾아 급한 발걸음을 뗐다.

60여년 만에 다시 만난 남편 오인세씨(83)가 "(당신) 닮은 딸을 못 놓고 왔구나"하자 아내 이순규씨(85)는 "며느리가 딸이고 며느리고 그래요"라 답했다.

"아버지,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들 오장균씨(65)가 아버지 오씨에게 마지막일지 모를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 오씨는 아들 오씨와 며느리 이옥란씨(64)를 한 품에 끌어안고 "이렇게 안는 것이 행복이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라며 터져나오는 눈물을 꾹 참았다.

▲ 제20차 이산가족 1차 상봉단은 22일 오전에 2시간 동안 진행된 작별상봉을 끝으로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마주하게 됐다.(자료사진)

북측 언니 남철순씨(82)를 만난 남측의 동생 남순옥씨(80)는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테이블을 두 손으로 연신 내려쳤다. 동생 남씨는 2시간 뒤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언니에게 "우리 통일되면 가족들이 다 같이 큰 집에서 모여살자. 이런 불행이 어디있니 세상에"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언니 남씨는 침착한 목소리로 "오래 살아야 해. 다시 봐야지"라 했다. 동생 남씨는 체념한듯 "우리 세대는 끝났어"라 답했다.

2살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65년이 넘어 만난 남측 이정숙씨(65)는 테이블 위에 손수건 세 장을 올려 놓고 아버지를 기다렸다. 여러 번 눈물에 푹 젖어 새로 빨아온 수건이다.

북측 아버지 리흥종씨(88)가 상봉장에 들어서자 이씨가 곧바로 달려나가 아버지의 한 손을 꼭 잡았다. 리씨의 남측 여동생 이흥옥씨(80)는 리씨의 다른 한 손을 붙잡고 "오빠 어떡해…"하며 흐느꼈다. 딸 이씨는 "아빠 내가 또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버스 창 사이로 손을 잡아보려는데 불쑥 나타난 북측 보장성원은 "감기 걸린다"며 창문을 닫아버렸다.

▲ 남측 이진구 할머니가 북쪽 오빠 리용구 씨(모자쓴 이)를 만나고 있다.

북측의 누이 박룡순씨(82)를 만나러 간 남측 동생 박용득씨(81)는 "누님, 내가 내 차로 북에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가자"고 울부짖었다. 박씨는 "내 가족 우리 집에 데려오겠다는데 왜 안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버스에 올라탄 누이는 동생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가족들은 닫힌 유리창 위에 손을 맞대고 함께 흐느꼈다. 당국자, 취재진, 의료진 등 남북 나눌 것 없이 모두 한 마음으로 울었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 1차상봉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전 상봉에서는 작별상봉이 1시간이었으나 이번에는 북한이 우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북측 가족이 먼저 버스를 타고 금강산을 떠났다.

금강산을 떠나는 버스에 올라타던 한 북측 가족은 "이제 내 소원은 하나 뿐이다. 통일이다"하고 외쳤다. 버스 안팎의 가족들이 기다렸다는듯 입을 모아 "맞습니다"라고 맞장구쳤다.

한편, 이번 1차 상봉행사에는 북측 가족 96명이 신청한 남측 가족 389명을 만났고,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2차 상봉에서는 남측 가족 90명이 신청한 북측 가족을 만난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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