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환전실수로 10배 6만弗 받아간 고객‥결국 '철창신세' 위기

"실수로 싱가포르달러 6천 아닌 6만달러 줬다" VS "난 몰라 금액확인 안했고 돈 봉투 금방 잃어버려" 이경재 기자l승인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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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이경재 기자] 외화 환전 과정에서 실수로 환전 청구액의 10배인 싱가포르달러를 줬다는 은행과 이를 몰랐고 돈을 잃어버렸다는 고객 중에 누구의 말이 맞을까. 경찰은 고객이 알고도 모른 척 돈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싱가포르화 100달러 지폐(위)와 1000달러 지폐(아래). 둘 다 싱가포르 초대 대통령 유솝 빈 이스학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크기도 비슷하다.  
▲ 싱가포르화 100달러 지폐(위)와 1000달러 지폐(아래). 둘 다 싱가포르 초대 대통령 유솝 빈 이스학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크기도 비슷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은행에서 실제 환전액보다 10배 많은 돈을 받아간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이모(51)씨에 대해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3일 강남구 삼성동 은행 지점에서 창구 직원 정모(38)씨에게 486만원을 건네며 6000싱가포르달러로 바꿔달라고 했다. 정씨가 실수로 6만 싱가포르달러가 든 봉투를 줬지만 이씨는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차액 5만4000싱가포르달러를 돌려달라는 은행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이씨는 "은행에서 돈을 받은 뒤 액수를 확인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 1000달러짜리 지폐를 받았다는 것을 몰랐고 돈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씨가 돈을 받고 봉투 안을 확인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업하는 사람이 금액 차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1000싱가포르달러 지폐가 봉투에 담긴 사진과 지폐 수십장을 펼쳐 보이는 삭제된 사진 및 동영상을 복원한 뒤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

또한 사진과 동영상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 등 여러 정황을 확보해 종합 판단한 나머지 횡령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휴대전화에 1000달러짜리 지폐가 봉투에 담긴 사진과 수십 장의 1000달러를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보이는 동영상이 있었다"며 "오는 22일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진과 동영상에 대해 "지난달 19일 싱가포르 출장 당시 한 호텔에서 지인을 만나 그가 호텔방 개인금고에 보관하던 싱가포르 돈을 보고 호기심에 촬영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돈을 받으면서 금액을 확인하지 않아 6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몰랐다"며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돈 봉투를 잃어버려 경찰에 분실신고한 뒤 찾아다니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환전하면서 많은 확인절차를 거치는 은행에서 실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CCTV 등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 증거만으로도 이씨가 환전이 잘못된 사실을 알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 경우 이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에 하나 이씨가 환전에 착오가 있었다는 걸 몰랐고 진짜 돈을 잃어버렸다 해도 은행 측은 민사소송을 통해 이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은행 측에 "손실을 본 4400만원에 대해 절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하기도 해. 은행 측이 "전액 돌려주면 10%를 사례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씨는 이를 거절해 합의가 무산됐다.

한편, 은행 측은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정산시간에 싱가포르 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본 결과 이씨에게 100달러가 아닌 1000달러 지폐가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 관계자는 "100달러는 주황색이지만 1000달러는 어두운 연보라색이라 CCTV상으로도 이 씨에게 돈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크기도 1000달러짜리가 더 커서 구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건의 진실게임이 벌어지면서, 은행원 정씨는 사비로 모자란 금액을 메워 정산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정산 과정에서 직원들의 과실 때문에 모자라는 소액을 사비로 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큰 액수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경재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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