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개선안, 공청회서 '찬반논쟁'‥발행번호 다수 지지

주민증 발행번호 상용화 '천문학적 비용' 부담…정부안도 없는 공청회 '논의 겉돌아' 유상철 기자l승인2014.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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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안전행정부가 주민등록번호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대한상의에서 연 공청회에서 현행 주민번호 체계를 유지하고 대신 주민증 발행번호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자는 방안이 유력하게 대두됐다.

하지만 아직 정부 안이 결정되지 않았고, 향후 추가로 공청회를 열 예정이어서 채택 여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공청회는 논의가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이들은 안행부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해 마련한 6개 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이견도 있었지만 기존 주민등록번호는 살려서 관리용으로만 쓰고 일상생활에서는 주민증 발행번호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대략적인 중심을 이뤘다.

즉 기존 주민번호는 안행부 등 정부부처가 관리용도로 데이터베이스화해 보관하고, 주민증 발행번호와 연계해 개인 식별을 하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부담이 만만찮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와 비슷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주민번호 개편방향을 설명하며 "신규 주민번호와 증 발행번호를 분석대상으로 설정해 효과적인 주민번호 개선 대안을 강구하고자 했다"며 "주민등록번호의 존치 필요성과 여타 개선 대안이 연구목적에 맞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번호 개선 대안으로 폐지 논의도 제시됐지만 효용성과 외국사례 등에 비춰 존치할 필요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출에 따른 문제가 있지만 취학, 선거 등 행정관리 효율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주민번호와 같은 단일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 연구원은 "외국 사례 분석결과도 미국 등에서 개인 식별을 위한 국가의 표준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경향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미 주민번호의 표준적 기준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이를 보완해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현행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유지한 채 보완책으로 주민증 발행번호를 부여해 개선하는 방식을 지지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전면 개편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우리에프와이에스 우리은행사업본부 노진호 전무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면 (금융권이) 엄청난 시스템 관리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 여기에 발행번호를 별도로 발급해 사용하는 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성화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보관리실장은 "국민생활에서 주민번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시스템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어렵다"며 "기존 번호는 사용범위를 축소하고 주민증 발행번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의료 등 다른 기관과의 연계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면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도 "주민번호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지나친 방안이다. 새로운 주민번호와 주민증 발행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 역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우수한 제도를 전면개편하기보다 유출에 따른 문제에 대처가 가능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전면 개편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은 "제시된 방안들이 행정·사회적 비용이나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허술한 관리체계와 정보보호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주민번호가 가진 중요성 때문에 앞으로도 비슷한 유출 사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주민번호는 당초 목적대로 행정 등 한정된 영역에 국한해 사용하고 세무 등 영역은 새로운 식별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며 "새로운 번호에 생년월과 같은 규칙성을 부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바꾸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가지 대안에 대한 세밀한 사전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직 설익은 대안을 놓고 토론을 할 게 아니라 최소한 사전 검증을 거친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최영훈 광운대 교수는 "정부가 내년부터 곧바로 개선을 한다는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0~15년 동안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전자증을 중심으로 각 대안별로 사전 검증을 거친 뒤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안행부가 주민번호 개편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 하지만 당초부터 안행부가 정부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김을 빼 내용 없는 공청회에 그쳤다.

현행체제 유지 가능성까지 내비친 김기수 안행부 자지제도기획관의 마무리 발언 역시 혼란만 부추겼다. 이번에 마련한 6가지 대안이 안행부가 아닌 연구원이 추린 것이라는 해명이 공청회의 무게감을 반감시켰기 때문이다.

김 기획관은 "오늘 제시된 6개 방안은 정부가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용역 결과일 뿐이다. 이들 중에 정부가 우선순위를 둔 안은 없다"며 "이번 공청회는 주민등록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오늘 제시된 안들 중에서 대안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이번 공청회를 토대로 정부안을 갖고 2차 공청회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알맹이 없는 공청(空廳)회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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