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병언 사망 "타살 증거 없다"‥사건 결국 미궁

CCTV 분석 등 "판독하기 어렵다"…숨진 시기·생전 행적 등 파악 못해 한명준l승인2014.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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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한명준 기자]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유병언의 죽음이 타살 등 범죄와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백승호 전남경찰청장은 19일 유병언의 사망추정 일자와 최후 행적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백승호 전남경찰청장은 19일 유병언의 사망추정 일자와 최후 행적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지난 7월2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28일간 변사체의 신원 확인과 범죄 관련성 등을 수사해왔으나 결국 사망 원인 등은 밝혀내지 못하면서 유병언 사망 사건은 결국 미궁에 빠지게 됐다.

◇ 송치재 별장 은신했던 유병언의 행적

경찰 수사 결과 유병언은 지난 5월4일 오전 3시30분께 양회정 등 측근 6명과 함께 벤틀리 승용차를 타고 송치재 별장에 도착했으며 이후 신윤화와 함께 별장에 머물렀다.

양회정 등은 금수원과 별장을 오가며 은신에 필요한 음식과 생수 등 생필품을 공급했다.

5월25일 오전 1시20분께 별장을 제공한 변모씨 부부가 검찰에 체포되고 당시 인근 연수원에 머물던 양회정이 전주로 도주하면서 별장에는 유병언과 신윤화 단 둘만 남게 됐다.

같은 날 오후 9시30분께 인천지검이 유병언과 신윤화가 은신해 있던 별장을 압수수색해 신윤화를 체포했다.

이후 신윤화가 6월26일께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체포될 당시 별장 2층 밀실에 어두운 색 재킷과 생수를 넣어주고 입구를 소파로 막아 유병언을 피신시켰다"고 진술하면서 유병언의 행적이 처음으로 파악됐다.

신윤화의 진술대로 별장 2층 밀실에서는 소변과 물병,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으며 국과수 감정결과 유병언의 DNA가 검출되면서 유병언이 신윤화가 체포된 5월25일 오후 11시20분 이후 송치재 밀실에 혼자 남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병원은 지난 6월12일 별장에서 2.5㎞ 가량 떨어진 박모씨의 매실 묘목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 사망 시점과 원인

경찰은 변사체에서 채취한 DNA와 지문, 치아 정보, 입고 있던 옷 등이 유병언의 것과 일치해 변사자가 유병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2회에 걸친 부검, 송치재 별장 등 주요 장소에 대한 정밀 감식, 혈흔 및 DNA 검사, 수색활동과 탐문수사, 주변 CCTV 분석 등을 통해 유병언의 사망 원인을 분석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범죄의 흔적이나 사망 후 시신을 옮긴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과수 감정결과에서는 유병언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기가 판명되지 않았으나 골절 등의 외상과 체내 독극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유병언의 옷 등에서 발견된 손상흔과 충격흔을 감정한 결과 예리한 도구나 둔기에 의한 손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병언의 사망 시점이 적어도 6월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으며 일부는 발견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 많게는 1개월 가량 전에 유병언이 숨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카톨릭대 법의학과 강신몽 교수는 유병언 시신의 탈의 현상을 저체온에 빠져 숨질 경우 나타나는 '이상탈의' 현상으로 추정하고 최종 사인을 저체온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 변사현장 및 유류품

경찰은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육포와 스쿠알렌, 비료 포대, 막걸리 빈병, 소주 빈병, 머스터드 소스통, 매실 씨앗, 청미래덩굴 열매, 사기그릇 조각, 의류, 돋보기 등을 수거했다.

6월12일 당일 변사 현장에서 수거하지 못했던 목뼈 3점과 머리카락 뭉치, 지팡이 등도 이후 수사 과정에서 발견했다.

이 중 일부에서는 유병언의 DNA가 검출됐으며 돋보기와 옷 등은 측근들을 통해 유병언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알려진 유병언이 막걸리 빈병 등을 소지하게 된 경위와 용도는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 현장 유류품 등에 대한 증거 분석

경찰은 유병언의 의복류 7점, 천 가방 등 소지품 34점, 현장 주변 수색 중 발견한 워터인워터 생수병 등 69점, 별장 압수품 18점 등을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신발에서 다수의 긁힌 흔적과 마찰 흔적이 발견됐으며 특히 오른쪽 신발에는 평상시 도로에서 정상적으로 걸을 때 나타나기 어려운 방향으로 긁힌 흔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숨진 장소에서)수일 또는 수일 이상을 배회했다는 것은 일정 정도 사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유병언 추정' CCTV 확인

경찰은 일부 언론에서 '유병언이 아니냐'고 제기했던 CCTV 내용에 대해서 "이 사람이 유병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송치재 별장과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장소 인근의 CCTV 22개와 차량 블랙박스 11개 등을 확보해 분석해왔다.

이 중 지난 5월29일 오전 11시30분께 학구 삼거리에서 누군가 변사 현장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발견됐으나 국과수와 경찰청 등에 판독을 의뢰한 결과 "원거리에서 촬영되고 해상도가 낮아 판독이 곤란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결국 경찰은 CCTV 영상 속 인물이 유병언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또 유병언 측근과 금수원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와 차량 이동 및 통신 내역 등을 추적했으나 이들이 5월25일 이후 유병언과 접촉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사망 원인은 미궁' 주요 내용 빠진 수사 결과

경찰은 28일 간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유병언의 사망이 범죄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단서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유병언의 사망 시기나 원인, 생전 행적 등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면서 유병언 사망 사건은 사실상 미궁에 빠지게 됐다.

한 달 넘게 진행됐던 대규모 수색 작업 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곽문준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은 "(유병언의) 사망이 범죄에 기인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백승호 전남경찰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6월12일 변사체 발견 당시 유병언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면밀히 조사했더라면 사건의 실체 파악에 보다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과 더불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순천경찰서에 수사전담팀 체제를 유지하며 새로운 제보나 단서를 중심으로 사실규명을 위한 수사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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