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차베스, 암 투병 2년만에 사망‥14년 장기집권 마감

야구선수·쿠데타장교 거쳐 권좌에…'빈민구제자'와 '독재자' 엇갈린 평가 유상철 기자l승인2013.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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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유상철 기자]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58) 대통령이 최근 2년여 동안 암 투병 중이던 가운데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5일(이하 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발표했다.

14년 장기집권을 하면서 '풍우아'로도 불리는 차베스 대통령은 약 2년 동안 암 치료를 받아 왔으며, 최근 들어 새로운 감염 증세로 호흡 기능이 급격히 악화됐다.

마두로 부통령이 발표한 사망 시점은 이날 오후 4시 25분이다.

암 수술을 받은 지난해 12월11일은 차베스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날이 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7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1954년 7월28일 베네수엘라 남부 농촌 마을 사바네타에서 태어난 차베스는 소년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던 야구선수였다.

17세 때부터 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차베스는 남미의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사상에 심취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 활동을 위한 구상을 다져갔다.

차베스는 1992년 휘하 병력을 이끌고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이때 차베스는 TV 연설을 통해 "지금은" 실패했다고 말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정치인 차베스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4년 3월 석방된 차베스는 정치 혁신을 모색했고 과거 사회주의 모임이었던 '볼리바르혁명운동(MBR-200)'을 MVR(제5공화국운동당)로 개칭한 뒤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과 연대해 좌파연합인 애국전선(PP)을 결성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1998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고, 이듬해 44세의 나이로 베네수엘라 최연소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내리 세 번이나 연임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종신 대통령'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베스가 당시 미국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것을 계기로 그와 미국과의 대립 구도도 형성됐다.

차베스는 이후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넉넉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그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를 통해 차베스는 집권 초기 50%선을 넘나든 실업률을 2011년 32%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지만, 권력 집중과 반대파 탄압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웠다.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차베스는 이란과 친분을 과시하며 미국과 반대편에 섰고,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악마'라고 비난하는 등의 행동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차베스에 대한 평가는 외교 측면에서 '자주'와 '고립'으로 엇갈리고, 내정에서는 '빈민 구제자'와 '독재자'로 양분된다.

헌법 개정을 통해 2000년 재선된 차베스는 2002년 쿠데타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남은 뒤 한층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2011년 중반 발병한 암으로 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작년 12월 네 번째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기약없는 투병 속으로 내던져졌다.

하루에 많게는 40잔씩의 커피를 마시며 이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받던 차베스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를 관통하는 국제 정치사의 '풍운아'로 기억될 전망이다.

그는 투병 와중에 측근들을 통해 회복을 다짐했지만 결국 암에 발목이 잡히면서 집권 4기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채 숨을 거뒀다.

한편 이날 차베스의 사망이 발표되자 카라카스의 차베스 지지자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울먹이며 "우리가 차베스다", "차베스는 살아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차베스의 사망 소식을 접하자 곧바로 애도 성명을 냈다.

차베스의 유해는 수도 카라카스의 군사학교 건물에 안치되며, 장례식은 오는 8일 치러진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라 앞으로 3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며,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마두로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다.

 

유상철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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