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빔밥, 점심 한 끼에 최고 2만8천원‥전국서 가장 비싸

"전주서 비빔밥은 더이상 '서민 음식' 아니다"…비밤밥 정체성 '실종' 우려 홍정인 기자l승인2012.09.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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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홍정인 기자] 전주에 가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주비빔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전주비빔밥'이 더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주비빔밥은 이미 전주 음식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 전주비빔밥은 이미 전주 음식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광주광역시에 사는 전모(43)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을 들렀다가 점심으로 '전주비빔밥'을 먹었다. 4명이 치른 값은 모두 5만2천원.

전씨는 "광주에서 6천원에 먹었던 비빔밥이 전주에서는 1만3천원이었다. 돌아오는 내내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렇게 비싼 줄 알았다면 비빔밥 대신 7천원짜리 백반 정식을 맛보았을 것"이라며 "밥과 나물을 양푼 대신 뚝배기에 담아준 것 빼곤 특색이 없었다"고 연신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한 관광객의 이 같은 불만뿐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지난 1년간 전국의 소비자 물가를 조사한 결과도 전주비빔밥의 평균이 7천15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최저인 강원도(5천222원)보다 2천원가량 높았다.

외지에서 온 손님을 대접할 상황이 아니면 정작 전주 사람들은 비빔밥을 자주 먹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인 '비빔밥' 가격의 적정성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지만, 정작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오랜 역사를 지닌 비빔밥이 이미 전주 음식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 가격의 적정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러는 '전주비빔밥'의 명성을 이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이들 비빔밥집은 점심때가 되면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외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버스에 올라탈 때 반응은 사뭇 다르다.

"비빔밥에 금가루를 넣은 것도 아니고 우리 동네랑 비슷한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씁쓸함이 짙게 베여 있다.

물론 일부는 유명하고 고급스러운 '전주비빔밥'과 오색 찬란하고 푸짐한 반찬의 맛과 멋에 높은 만족도를 표하기도 한다.

  전주비빔밥은 이미 전주 음식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 전주비빔밥은 이미 전주 음식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정철기(71·부산 해운대)씨는 "전주에서 서너번 비빔밥을 먹었는데 그 맛이 그 맛이었다"며 "비빔밥만 맛있게 먹으면 되는데 많은 반찬을 놓고 가격만 부풀렸다"고 푸념했다.

기재부가 전주비빔밥 평균 가격을 7천원으로 발표했지만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 등을 제외하면 사실 그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 비빔밥집을 찾으면 십중팔구는 1만3천∼1만5천원을 받는 가게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1만원 안팎인 삼계탕보다 비싸고 백반 가격의 2배, 자장면의 3배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한정식이나 중화요리처럼 비빔밥에 다양한 코스 요리(음식)를 덧붙여 2만8천원짜리 비빔밥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여가지의 코스 요리 중 맨 마지막에 나오는 비빔밥은 정작 배가 불러서 먹어보지도 못한 채 자리를 뜨는 일도 있다.

이처럼 몇몇 전문 식당들이 비빔밥의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격 상승을 견인, 전반적으로 전주비빔밥 가격을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비빔밥은 기본적으로 밥 위에 반찬을 올린 것"이라며 "이미 입안에 밥, 반찬, 양념이 맛깔스럽게 얽혀 있는데 굳이 10여가지의 반찬을 더 내놓고 돈을 왕창 받는 것은 상술에 불과하며 음식 쓰레기만 양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식에도 고급 수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세트라는 명분으로 비빔밥을 만들면 간단하고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비빔밥이라는 한국 음식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주비빔밥이 전주사람은 안 먹고 관광객만 먹는 음식이 돼가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관광객들도 전주비빔밥이 특색 없는 '바가지 음식'이라는 것을 눈치 챌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비빔밥이 대중성 확보에 실패하면 그 명성과 존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주시도 관광객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비빔밥 업소들을 평가한 뒤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지만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그 실효성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정인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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