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희태 국회의장 19일 공관 방문조사‥'의장 수사' 역대 두번째

김성수 기자l승인2012.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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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성수 기자]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박희태(74) 국회의장이 결국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돈 봉투' 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 의장을 수사 착수 44일 만에 국회 방문 조사키로 방침을 세웠다.

여권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19일 오전 10시 박 의장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17일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해 피의자나 참고인, 혹은 피의자성 참고인으로 확정하지 않고 '조사대상자'로만 분류하고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와 전례 차원에서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방문조사는 이날 오전부터 박 의장 측과 조사방식과 장소 등을 놓고 조율한 끝에 내린 것으로, 3부(府) 요인 중 한 명인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박 의장의 사퇴서는 전날 본회의가 무산돼 처리되지 않았다.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1997년 김수한(84) 국회의장이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조사받은 이후 박 의장이 역대 두번째다.

박 의장은 지난 2008년 전대 당시 당 대표에 당선되기 위해 소속 의원과 대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뿌려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의 정점에 서있다.

이와 관련, 전대 당시 뿔테안경을 쓴 30대 남성이 선거 1~2일을 앞두고 고승덕 의원실에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한 사실이 고 의원의 폭로로 드러났고, 안병용(54)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은 서울지역 당협 사무국장 30명에게 뿌릴 목적으로 구 의원 5명에게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이에 검찰은 박 의장을 상대로 전대 당시 돈 봉투를 뿌린 과정에 직접 개입·지시했는지, 자금의 출처와 규모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박 의장이 선거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은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재정·조직을 총괄한 조모(51) 국회의장 정책비서관, 공보·메시지 업무를 맡은 이모(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등 이른바 선거캠프의 '핵심실세 3인방'으로부터 돈 봉투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만약 측근들로부터 돈 봉투 조성이나 전달지시 등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다면 박 의장이 어느 수준까지 개입하고 관리했는지가 박 의장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의장을 상대로 전반적인 선거자금 조성 과정과 구체적인 지출내역 및 사용처 등에 대해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의장이 전대를 앞두고 라미드 그룹으로부터 수임료 명목으로 건네받은 돈은 총 2억원이다. 2008년 2월 1000만원권 수표 10장과 추가로 3월에 잔금명목으로 5000만원권 수표 2장을 받았다.

검찰은 이미 2008년 6월 말 조씨가 수표 4000만원을 현금화한데 이어 회계담당 여직원 함모(38)씨가 비슷한 시기에 수표 1000만원을 모두 현금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라미드 그룹이 3월에 건넨 5000만원권 수표 2장은 박희태 변호사 사무실 직원 허모씨가 지난해 11월 1장을 지인을 시켜 현금화해 책상서랍에 보관했고, 나머지 5000만원권 수표 1장은 검찰의 라미드그룹 압수수색 직후 지난달 31일 허씨가 직접 라미드그룹을 방문해 임원에게 반환했다.

박 의장은 또 전대 직전 캠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자 시중 은행에서 본인 명의로 1억5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전대를 1~2일 앞둔 7월 초 이 마이너스 통장에서는 수천만원의 현금이 인출됐다.

검찰은 이처럼 박 의장 측이 전대 직전 거액의 수표를 현금화한 정황과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한 자금의 사용처에 의심을 갖고 있다. 거액의 현금 일부가 돈 봉투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아직 조사 전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 조사에서 측근들과의 대질심문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 주중에 김 전 수석과 조모 국회의장 정책수석, 이모 국회의장 정무수석, 고모 전 비서 등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에 대한 조사 횟수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1회 조사로 끝내야 하지 않겠나. 그건 예우차원이라기보다는 2~3번 조사하고 이럴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의장을 조사한 후 추가 소환자(조사)는 지금 예상하기 어렵다"며 "필요한 수사를 하면서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 1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일종의 집안잔치이다 보니 법을 벗어난 일종의 관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캠프에 관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한 일이니 나에게 책임을 물어주고 그들에게는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달라"며 "내 희생을 통해 우리 정치가 과거의 나쁜 유산을 극복하고 한층 발전하는 큰 계기를 마련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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