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돈 봉투 폭로‥한나라당 '메가톤급' 악재

[서울투데이=김경중 기자]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박희태 국회의장을 지목했다.

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 후 "돈봉투 안에 박희태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의장은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당시에는 명함을 만들지 않았다"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쇄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메가톤급 악재를 만나 또다시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고 의원에 대해 지난 8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튿날 새벽 1시까지 고 의원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며, 고 의원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와 당시 정황에 대해 파고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을 나선 고 의원은 자신이 폭로한 '돈봉투'의 주인공이 박희태 국회의장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실명 거론을 피했던 고 의원은 검찰 조사를 통해 폭로에 대한 모든 내용을 소명한 후 언론에도 관련 사실을 설명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있었던 7·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2~3일 정도 앞두고 플라스틱 안경테를 착용한 젊은 남성이 돈봉투를 전달했다.

그는 "돈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있었다"고 말하며, "전당대회 다음날 보좌관을 통해 K 씨에게 돈 봉투를 돌려줬다. 돈을 돌려주고 20분 뒤 박희태 대표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돈 봉투를 보낸 사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관련 의혹을 정면 반박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일본 방문 중인 박 의장은 귀국 후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고 의원이 언급한 '명함'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때는 평당원이라 명함을 만들지 않았다"고 맞서는 한편 "고 의원 스스로 누구에게 돈을 받았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 의장은 일본을 거쳐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스리랑카를 방문하기 위해 10박11일 일정으로 출국한 상황이다.

박 의장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철저하게 양 측의 진술 만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진실이 어디까지 드러날 것인지는 의문이다.

뇌물을 받았다는 고 의원과 준 적이 없다는 박 의장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검찰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수사일 수 밖에 없다.

뇌물수수는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지는만큼 결정적 물증이 없다면 검찰로서도 난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박 의장을 기소한다고 하더라도 수 년에 걸쳐 법정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고 의원의 '돈봉투' 폭로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박희태 의장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되는 셈이다.

당장 올 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돈봉투 폭로'는 주저앉은 한나라당을 불구로 만드는 메가톤급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울여온 쇄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당 내부에서는 또다시 한나라당 해체론이 불거지고 있다.

더 이상 '한나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위기감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고승덕 의원이 한나라당을 최종정리하는 역할을 할 줄이야"라고 개탄했다.

김경중 press@sul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