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첫 시동‥'유훈통치' 주민들에 선포

김정일 사망 이후 초고속 권력승계…'핵고수' 선군정치·강성국가 건설 강조 김경중l승인2011.1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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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경중 기자] 북한이 2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대규모 추도대회를 통해 사실살 장례식은 모두 마무리됨과 동시에 '김정은 시대'의 출범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포했다.

  

북한은 이날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중앙추도대회를 열고 20대 후반의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부친의 위업을 계승한다는 이른바 '유훈통치'가 본격화된 셈이다.

지난 17일 김 위원장이 세상을 떠난 뒤 12일 동안 김 부위원장으로 권력 승계는 표면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북한 매체는 김 부위원장을 부친에 버금가는 '21세기 태양', '어버이' 등의 극존칭으로 호칭하고 있고 '심장 속 최고사령관'으로 표현해 최고 사령관직으로 추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김 부위원장은 28일 영결식에서 영구차를 호위한 데 이어 추도대회에서도 주석단 중앙에 등장해 '유훈통치자'임을 부각했다.

이날 추도대회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애도보다는 새로운 황태자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따르겠다는 정부와 당, 군, 청년조직의 충성맹세가 이어졌다.

아울러, 북한의 새 지도부가 절대권력자였던 김 위원장의 노선을 한동안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추도대회에서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사회를 봤으며 첫 추도사는 명목상 북한의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았다.

이 둘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중앙추도대회 때도 똑같이 개회사와 추도사를 맡았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이전과 같이 유훈통치 체제가 이어질 것을 암시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추도사에서 "김정은 동지는 영도의 중심이다. 전 군대와 인민은 단결해 유일영도체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일심단결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주석단에서 군중을 바라보고 있다.(北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 2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주석단에서 군중을 바라보고 있다.(北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그는 또 "김정은 동지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영도, 인격과 덕망과 배짱을 그대로 이어받으신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최고 영도자"라며 "장군님의 유훈을 한치의 양보도, 한치의 드팀도 없이 철저히 관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당을 대표하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단상에 올라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위업을 빛나게 계승해 나가야 한다"면서 "수령님과 장군님의 염원인 사상의 강국, 경제의 강국인 강성국가로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군과 근로단체를 대표해서는 김정각 총정치국 제1국장과 이용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가 각각 나서 충성을 다짐했다.

이날 화면에 잡힌 행사에는 김일성광장의 옆도로까지 인파로 채워져 10만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며 모두 부동자세로 추모사를 경청했다.

이로써 김 부위원장은 권력 기반과 경험이 아직 취약한 만큼 당분간 새로운 정책노선을 펼치기보다는 부친의 후광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도대회에서는 선군정치와 강성대국 건설이 유훈통치의 핵심으로 재차 강조됐다.

김영남 위원장은 "김정일 동지께서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독창적인 선군정치로 우리 인민군대를 천하무적의 혁명강군으로 키우시고 우리 조국을 세계적인 군사강국, 당당한 핵보유국으로 전변시켰다"고 강조했다.

 2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영정인 '태양상'이 광장 정면에 걸렸으며 김정은은 추도대회 주석단 중앙에 자리해 그의 권력을 과시했다.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나란히 서서 김정은에게 힘을 보탰다.(北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 2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영정인 '태양상'이 광장 정면에 걸렸으며 김정은은 추도대회 주석단 중앙에 자리해 그의 권력을 과시했다.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나란히 서서 김정은에게 힘을 보탰다.(北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핵개발을 중심으로 선군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전날 김 위원장의 '혁명유산'으로 핵개발을 첫번째로 꼽았다.

북한이 앞으로 북미회담이나 6자회담 등의 양자 또는 다자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체제의 최후 보루로 여기는 핵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김 부위원장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대장 계급의 군복 차림으로 등장하고 28일 영결식에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군부 실세들이 영구차를 옆에서 호위한 것도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유훈으로 강성대국 건설에도 역점을 뒀다.

김영남 위원장은 "김정일 동지께서는 어버이 수령님의 염원인 강성국가 건설의 웅대한 목표를 제시했다"며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해야 하겠다"고 독려했다.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을 눈앞에 두고 경제발전으로 김일성 주석 때부터 숙원인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내년에 경공업, 농업 등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외화벌이를 위한 대외무역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개연성이 크다.

한편 김 위원장의 유훈이 남북관계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도 관심거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후계자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현지를 순시하는 모습.(北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후계자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현지를 순시하는 모습.(北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추도사는 김 위원장이 6·15선언과 10·4선언을 끌어내 통일운동이 '우리민족끼리'의 이념 아래 전진하는 전환적 국면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남한 정부의 태도를 봐가며 당장 내년 초부터 남북대화에 적극성을 띨 수도 있다는 관측은 북측의 이 같은 입장에 근거한다.

북한은 당분간 유훈통치를 통해 김정은 부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를 이어가며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직책 승계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최고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를 발휘해 주민과 권력 엘리트들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아버지와 공개활동에 나선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해 권력기반이 약하다"며 "이런 이유로 김정은은 유훈통치 기간을 거치겠지만 지도자로서 권위를 세워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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