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NTC, 42년 철통권력 '카다피 사망' 공식 확인

카다피, 비참한 최후…"고향에서 생포 후 사망" 김경중 기자l승인2011.1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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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경중 기자] 리비아의 42년간 '철통 권력'으로 최고권력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현지시간) 고향 시르테에서 사망했다.

  지난 3월 '자마히리야' 체제 수립 34주년 축하 연설을 하는 카다피.(자료사진)  
▲ 지난 3월 '자마히리야' 체제 수립 34주년 축하 연설을 하는 카다피.(자료사진)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낸 후 리비아의 공식 정부로 인정받은 국가과도위원회(NTC)는 카다피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며 자축했다.

NTC를 지원했던 서방국들은 사실 확인에 들어간 상태지만 사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마무드 지브릴 리비아 NTC 총리는 이날 오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에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했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외신들은 카다피가 NTC 군에 생포됐다가 곧 숨졌다고 보도했다. NTC 군이 이날 시르테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힌 직후였다.

지브릴 총리의 선언이 있기 전 '알자지라'는 압둘 하킴 벨하즈 NTC군 참모총장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부상이 심각해 생포당한 후 곧 사망했다고 전했다.

앞서 과도정부의 야전 사령관 자말 아부샬라는 카다피가 붙잡혔지만 생사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NTC 군의 고위 간부 압델 마지드 믈레그타도 방송에 "카다피가 두 다리를 부상당한 채 체포됐다. 구급차로 후송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가 잠시 뒤 '로이터'에 카다피가 생포 당시 입은 부상이 악화돼 숨졌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이날 시르테에 대한 나토(NATO)군의 무인기 공습을 피해 달아나다가 NTC 군에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의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카다피가 시르테 서쪽의 한 길가 밑에 뚫려있는 배수로 속에 숨어 있었으며, 생포 당하는 순간 "쏘지마, 쏘지마"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당시 머리와 양 다리에 부상을 입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NTC에 속해있는 한 군인은 자신이 카다피를 발견하고 두 다리에 총을 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카다피의 시신이 수도 트리폴리가 아닌 리비아 서부 도시 미스라타의 한 이슬람 사원에 안치됐다고 보도했다.

카다피는 지난 8월 NTC 군(당시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함락시키기 직전 자취를 감춰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과도정부위원회는 카다피가 리비아와 알제리 사이 국경 지역에 숨어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날 카다피 진영의 주요 인사들도 사망하거나 생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카다피의 전 대변인이었던 무사 이브라힘이 시르테 인근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카다피 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아부 바르크 유니스 자브르는 사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NTC 군 11여단 사령관 압둘 하킴 알자릴은 자브르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NTC 군의 모하메드 레이트 지휘관은 카다피의 넷째 아들인 무타심도 카다피에 앞서 19일 사망했다고 'AFP' 등에 밝혔다.

리비아 현지 언론은 압둘라 알세누시 전 정보국장도 19일 NTC 군에 생포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나토는 아직까지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무부는 현재 카다피의 생포나 사살에 관한 언론 보도를 확인(confirm)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토군 관계자 역시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익명의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NTC가 카다피 사망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의 공동 성명에서 "카다피 사망은 리비아 국민이 오랫동안 겪어오던 탄압과 폭정의 시대가 종식된 것이다"며 "이제 리비아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대화에 나서고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이뤄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미국은 아직까지 반응이 없지만 'CNN'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파키스탄에서 카다피 확인 소식을 자신의 블랙베리로 접하고 놀라면서 "와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NTC의 당초 본거지였던 벵가지에서는 카다피가 붙잡혔다는 현지 방송 보도를 본 리비아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축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NTC 군이 장악한 시르테와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차량들이 경축을 울리며 카다피의 죽음에 기뻐하고 있다.

한편, 무아마르 카다피는 1969년 27살의 나이로 쿠데다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후 의회와 헌법을 폐기하고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해 왔다.

테러단체 지원 등으로 '중동의 미친 개'라는 서방의 비난을 받아온 그였지만 올해 초부터 튀니지·이집트로부터 불어온 '아랍의 봄' 열풍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리비아 시민들의 퇴진 요구에 카다피는 유혈 진압으로 맞섰고 곧 내전으로 번졌다.

내전 발발 이후 리비아 반군은 본거지인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까지 점령하면서 승기를 잡았지만 그 뒤에는 리비아의 석유 자원을 탐내는 유럽 국가들의 지원이 있었다.

나토군은 무인기를 동원해 리비아 공습에 직접 참가하는가 하면 반군에게 무기를 공급한 사실도 드러나 중국과 러시아·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그러나 리비아의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마무드 지브릴 NTC 총리는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통합'을 강조했다.

지브릴 총리는 "모든 구악과 더불어 카다피는 우리의 사랑하는 나라에서 사라졌다"며 "이제는 하나의 국민, 하나의 미래라는 새로운 리비아를 열어나갈 때"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카다피의 죽음은 NTC 등 현 정국을 이끌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카다피 지지자들에게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게 하는 효과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카다피가 "최후 순간까지 항전할 것"이라는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긴 순교자로 부상할 경우 불거질 위험도 지적된다.

현재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그같은 우려를 부채질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리비아의 이런 국가기능 부재를 42년 카다피 체제의 결과로 풀이했다.

그는 "카다피(의 통치)는 리비아에 어떤 정부 기관이나 정치적 정당 조직도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비아에는 독립된 시민사회도 존재하지 않으며 시민권, 언론의 자유라는 전통도 없다는 것이다.

또 경제는 석유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해 왔으며 국가 통치는 카다피의 변덕스런 입맛과 가족‧친족집단 간의 유대 및 부패에 의해 이뤄져 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현재 리비아의 상황에 대해 "군대는 흩어졌고 국경은 어지럽혀졌으며 주권도 침범당했다. 리비아의 미래가 지금 상황으로서는 정리된 정책이라기보단 무분별한 희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비아의 민주주의란 지금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면서 "민주주의는 아직 뿌리도 없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분파의 이슬람주의와 부족주의가 권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전으로 인한 혼란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지만 사망자 수를 확정하는 데에만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수도 트리폴리 점령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지 못한 NTC의 '실패'에 대해 부상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았다.

신문에 따르면 리비아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는 대부분 손상을 입어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형편이며 특히 리비아의 생명줄과도 같은 석유 시설도 파괴됐다.

또 트리폴리 등 리비아 도시들을 장악하고 있는 중무장한 세력들이 모두 NTC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문은 "이들은 '자유'라는 자신들의 신념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풀이했다.

김경중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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