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故 황장엽 前 북한 노동당 비서 '장례절차' 고심

경찰, "황장엽 자살·타살 가능성 모두 낮아"…'통일장' 형식 유력 김경중l승인2010.10.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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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김경중 기자] 고(故) 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시신이 부검을 마치고 10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도착한 가운데 정부가 장례형식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단체들이 주관하는 '통일장' 형식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강남구 논현동 안전가옥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황 전 비서는 지난 1997년 2월 망명한 이후 북한의 체제를 연일 비판하는 등 북한의 '공적 1호'로 여겨져 왔으며, 지난 3월께부터 암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생명에 위협을 받아 망명 이래 국무총리급 경호를 받으며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거물급 대우를 받았다.

실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모씨 등 2명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지시에 따라 황 전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국 옌지와 동남아 국가를 거쳐 국내에 입국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법은 10일 김씨 등에게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한 판결을 확정했다.

특히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되면서 북한이 그의 목숨을 노린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일단 검안 결과 등을 토대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타살이나 자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병정(사진) 서울강남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9시30분께 황 전 비서가 자택 침실 내 욕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망원인에 대해 수사중"이라며 "검안 결과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전 비서는 이날 오전 평소와 마찬가지로 반신욕을 즐겼다. 다만 오전 9시께 2층 거실에 나와 있지 않은 점이 평소와 달랐다.

이에 안전가옥 내에 같이 있던 신변보호팀이 방문을 2번 두드렸고 그래도 인기척이 없자 비상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황 전 비서는 욕조에 반쯤 찬 물 안에 앉은 채 숨져 있었다. 발견 당시 물은 따뜻했고 황 전 비서가 알몸인 상태였던 점은 반신욕을 하던 중 숨졌음을 나타냈다.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살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가. 폐쇄회로(CC)TV와 철조망, 방탄유리 등으로 철통 보안이 이뤄져 있다. 
▲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살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가. 폐쇄회로(CC)TV와 철조망, 방탄유리 등으로 철통 보안이 이뤄져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황 전 비서는 전날 통상적으로 일과를 마치고 들어왔고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평소와 같이 생활했다"며 "특별한 이상징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경찰청 현장감식팀과 검시관, 강남서 감식팀, 중앙지검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장, 서울대 법의학 교수 등의 합동 검안 결과 외견상 외력에 의한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황 전 비서의 안전가옥은 주택 내외에 철창과 CCTV 등이 설치돼 있고 담이 높아 침입이 어려우며 신변보호팀이 항상 옆을 지키고 있는 등 '철통'과 같은 경비가 이뤄져 왔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 내외로 보안이 잘 돼 있고 가옥 내에는 신변보호팀이 같이 있다"며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최초 발견자와 근무자를 상대로 수사하고 자택 인근 CCTV 자료 등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황 전 비서의 자살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서장은 "검안 결과 등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워낙 관심이 많고 중요한 사안이라 부검을 실시하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황 전 비서가 고령으로 최근 기력이 많이 약해졌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지인들의 전언도 있따르고 있다.

황 전 비서의 시신은 이날 오후 7시50분께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흰색 승합차에 태워져 오후 8시22분께 서울 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짙은 선팅 처리된 창문으로 인해 승합차 내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승합차가 도착하자 병원관계자 대여섯 명과 북한 관련 시민단체 회원 등 20여명이 함께 황 전 비서의 시신을 밖으로 꺼내 병원 내부로 운구해 들여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에 마련됐다. 고인의 분향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등 정치인과 각계 단체 대표들의 조화가 속속 도착하고 있으며, 조문객들의 방문도 점차 늘고 있다.

한편 황 전 비서의 장례식 절차를 두고 정부가 고심을 하고 있다.

고인이 그동안 쌓아온 국가적 기여를 생각하면 당연히 정부가 장례 전면에 나서야겠지만 현재 남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가 나서서 (장례식을) 주관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망명한 신분이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차츰 해빙무드를 맞고 있는 상황서 김정일 체제를 맹비난, 북한으로부터 '공적 1호'로 손꼽히던 황 전 비서의 장례를 정부가 맡기에는 다분히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기 힘들다면 가족장이 적당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황 전 비서가 국내에 특별한 연고가 없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황 전 비서가 망명한 이후 수양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60대 여성 A씨는 최근 내왕이 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황 전 비서가 평소 남북통일에 대한 갈망이 컸던 점을 고려할 때, 북한탈북단체 및 북한인권단체들이 주관하는 일종의 '통일장' 형식이 유력해 보인다.

황 전 비서가 위원장으로 있던 북한민주화위원회는 이날 강남 모처 위원회 사무실에 임시장례위원회를 긴급히 꾸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장례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기로 한 가운데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30여개 탈북자 단체로 구성된 장례위원회 소속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김 전 대통령이 명예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장례위원장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으로 정해졌으며, 장례위원회 측은 강영훈 전 총리와 김동진 교수 등 3명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황 전 비서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 대표는 "(장례절차는)내일 새벽쯤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아마 5일장으로 치르지 않을까 본다"고 내다봤다.

황 전 비서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전가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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