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민들은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걷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버렸다" 홍점복 기자l승인2008.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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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29일,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의 장관고시를 강행하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시청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수천으로 시작한 촛불은 행진을 시작한 직후 5만 명에 육박했으며,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더 많은 시민들이 행진대열에 함께 해 촛불의 바다를 만들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버렸다”고 분통해 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버릴 때”라고 말했다.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도받기를 거부한 시민들

시민들은 스스로를 통제하며 행진을 이어갔다. 광화문 로터리를 경찰이 전경버스로 가로막자 시민들은 그 곳에 있기를 거부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상황실에서 운영하는 행진차량의 마이크 음성을 따라 행진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시민들은 계속 걷자고 했다.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알리고자 했다.

시민들은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행진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행진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 시민은 “지난번에도 광화문 로터리를 전경버스가 막고 있었고, 우리가 그 곳에 계속 있자 경찰은 종로방향을 막아 우리를 고립시켰다. 그리고 연행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곳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경찰이 우리를 잡지 못하게 계속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거리행진에 나오고 있는 많은 시민들은 기존 집회에 나오는 조직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에게 쉽게 지도받으려 하지도 않고 입장을 전달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알지도 못한다. 그저 앞으로 가자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전부다.

이 상황을 통제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행진을 인도하길 자청한 국민대책회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자유롭다, 그리고 끝까지 한다.

시민들의 행진은 자유로웠다. 행진대열 맨 앞에서는 논쟁이 진행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누구는 프락치로 몰리기도 하고, 또 이를 정리해 나가면서 방향을 결정했다.

흔히 ‘운동권’의 표식인 깃발도 자연스럽게 섞여서 행진을 한다. 그렇게 광화문 로터리를 빠져나와 안국역 삼거리에서 창덕궁 앞을 지나 단성사를 지나고 다시 광화문 로타리로 돌아왔다.

또 다시 돌아온 광화문 로터리. 여전히 전경버스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시민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시민들은 “우리는 승리했다”를 외치면서 “끝까지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광화문 로터리는 음악 공연장이 되고, 논쟁의 장이 되고, 휴식의 공간이 되고, 투쟁의 공간이 되었다.

누구는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서로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기도 하고, 누구는 행진대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경찰이 기동대를 몰고 행진대열로 진입했다. 시민들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해산 협박을 했지만 시민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스크럼을 짜고 옆에 친구가 있음에 안심을 하며 “우리는 정당하다”를 외쳤다. 그리고 경찰의 해산을 요구했다.

결국 경찰이 해산을 하고 시민들도 해산했다. 시민들은 “끝까지 버티니까 경찰들도 물러나잖아”라고 서로를 격려했다.

시민행진의 끝을 걱정하지 말자.

지도를 하는 사람도, 지도를 받는 사람도 없는 행진. 과연 저 행진의 끝이 어딜까 안절부절할 필요 없다.

그냥 물 흐르듯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줄을 맞추고 확성기를 따라 행진하는 것이 행진하는 방법의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 거리에 함께 있었음을 확인했으면 됐다. 그리고 내일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것을 확신하고 서로 약속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또 다음 날이 밝으면 시민들은 거리로 나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했었다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시민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촛불은 계속될 것이다.

홍점복 기자  press@su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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