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망국行 경찰, 女고생 성폭행에 '경찰신분' 이용 협박까지

서울투데이 기자l승인2010.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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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투데이] 말문이 막히고 기가 막히는 사건을 접하면서 좋은 표현 보다는 우선 쓴소리로 질타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아찌하겠는가.

▲ 김중근 서울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이사

무수한 일들은 접어두고라도 최근 '조두순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김길태 사건'으로 사회 전체가 온통 성폭행·성추문 사건들로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서울 도심에서 10대 여고생을 인터넷 채팅으로 꽤어내 성폭행하고 협박까지한 어처구니없는 황당무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을 그저 경찰관에 대한 '불신 어쩌고 저쩌고...' 논할 가치조차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쉴틈없이 터져 나오는 경찰관련 사건들로 경찰 총수에 대한 책임설까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경찰 수뇌부는 그동안 경찰 '복무기강확립'을 수 없이 떠들어 댔다. 그러면 그럴수록 일선에서는 불법 오락실과 내통하면서 거액의 뇌물 수수를 일삼아 왔고, 단속·수사정보를 흘려주고 향응과 검은 돈을 받아챙기는 것 쯤은 보편화된 듯이 연일 전국 곳곳에서 전·현직 경찰관이 개입된 사건·사고들이 터지고 있다.

게다가 대낯에 음주운전에 사고를 내고 뺑소니까지 하는 현직 경찰관이 없는가 하면 온통 경찰관련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나라당 김성조(51·구미 갑) 의원이 지난해 1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로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같은해 말까지 법원 정식재판에 회부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찰직원은 모두 232명으로 집계 됐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 같은 소속 한나라당 유정현(42·중랑 갑)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5년 이후 2009년 국정감사 시작 전까지 기준으로 "음주운전 때문에 기소된 경찰관이 총 47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연도별로는 2005년 105명, 2006년 109명, 2007년 97명, 2008년 109명, 올해 7월까지 56명의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국정감사 당시에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여러 중빙 자료에 따르면 도무지 지난 한해 동안만 해도 헤아릴 수 없는 전·현직 경찰이 관련된 사건들이 수도 없이 들어났다. 이는 어쩔수 없이 들어난 사건일 뿐, 들어나지 않은 사건·사고들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가 얼마인지 다 헤아리기 어려울지경 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더구나 '김길태 사건'으로 한편에서는 수사가 한참 진행중인 때 였고, 국민들이 그 공포감도 씻기지 않은 상태인 때 지난 16일, 그것도 최근까지 청소년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는 현직 경찰관이 서울 도심서 10대 여고생을 인터넷 조건만남 채팅으로 꾀어내 성폭행을 했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한단 말인지?

일반 시민이 그랬다고 해도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있는욕, 없는욕을 다 얻어 먹으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이 얼마나 황망한 기가막힐 사건인가.

더 한심한 것은 문제의 경찰관이 피해 여고생을 만나 그 여고생이 당초 약속한 돈을 먼저 요구하자 자신이 경찰관이다고 신분까지 밝혔다는 것이다.

스스로 경찰관이라는 것을 밝힌 것도 얼굴이 뜨거워 데일지경 일텐데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성매매를 하려한 혐의로 처벌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참으로 상식 이하의 뻔뻔한 행위에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경찰관이 어린 여고생과 인터넷 조건만남 채팅을 해, 돈을 준다고 모텔로 유인하고, 성폭행을 했다는 것은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일이다.

아마 조두순과 김길태에게 이같은 경우를 물어본다고 해도 이런 '야비한' 행동을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현직 경찰관이 오히려 신분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경찰'이라는 신분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유분수 이고, 살인자에게 날카로운 긴 칼을 쥐여준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백번을 돌이켜 생각을 해봐도 이번 문제의 경찰관이 사고를 칠 시기는 부산에서 김길태가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가 검거 돼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기간이 아닌가? 거리에 뿌려진 각종 언론매체를 비롯해 TV만 켜도 김길태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와 경찰과의 진실공방을 벌이는 수사과정이 엄청나게 보도되고 있는 때가 아닌가.

이제 막 김길태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가 또 다시 수사가 시작될 때 이고 이를 수사했던 일선 경찰관들이 그동안의 신경이 아직도 날카롭게 서있을 때이다. 국민들 분노도 아직까지 거리를 헤매고 있다. 대통령도 이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경찰관이 아무리 눈이 멀었고 귀가 막혔다고 하더라도 어린 10대 여고생을 성폭행 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분노를 논하기 이전에 경찰의 명예는 더 이상 추락할 때가 없을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고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수가 없게됐다.

한편 이번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대통령이나 장관, 경찰청장과 같은 소위 '높은 곳'에서 내리는 지시 사항이 일선 경찰에까지 제대로 전달은 커녕 아예 먹히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부산의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이나 기타 강력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부정비리 때문에 대폭 물갈이식 인사·이동을 실시하면서 '북무기강확립'을 지시하고 있는 가운데도 불구하고 일부 경찰관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최근 들어 경찰에 의한 범죄가 툭하면 터지며 그 횟수도 급증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성폭행 범을 잡아야 할 경찰이 성폭행을 하고 있으니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현재의 상태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은 더이상 언급할 여지가 없다. 정신을 차려도 보통으로 바짝 차려야 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적당히 그 때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태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해 너무 경직된 상태로 물불 안가리고 오줌인지 똥인지 구분도 못한 채 마구잡이로 근무실적을 올리겠다는 의욕에 앞서 선량한 시민을 잡아다 물고를 내는 경우가 생길까 한편으로는 우려와 노파심도 생긴다.

실재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 같은 예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근무실적을 허위로 부풀리는 일도 있었다. 이번 사건들과 같이 상식 이하의 사건도 일으키는 데 무슨 우려인들 지나칠까 싶다.

도무지 어디까지 수준으로 생각을 해줘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헛갈리고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이니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경찰로서 자질성이 의심스러운 경찰관이 더이상 없기를 억지로라도 믿어보고 싶다.

아무튼, 현재의 경찰은 긴장에 긴장, 또 긴장해야 할 때 인것은 분명하다. 말로만 자정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오로지 행동으로 근신하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다. 바닥에 추락할 대로 추락한 현재의 경찰을 보면서 국민들이 언제 다시 '대한민국 경찰'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가 오기까지 아무리 시간이 길게 걸린다해도 이번 일만으로도 볼 때 경찰은 불만을 표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10만에 가까운 모든 경찰이 다 잘못만 하고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찰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극소수가 경찰 전체를 욕 먹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폭력과 범죄에 맞서 하나 뿐인 목숨을 걸고, 불철주야로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때로는 과중한 직무에도 불평 한마디,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일하는 경찰관이 대부분이다.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한번 쳐다볼 겨를 없이 식사 때는 빵과 우유도 제 때 챙겨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 없이 국민들의 지팡이로 일선에서 고생하는 경찰관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성실한 경찰에게는 우리 국민들의 애정어린 격려가 필요할 것이다.

모쪼록 경찰을 향한 오늘 국민들의 냉대가 새 각오로 성장하는 경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 심기일전하는 자세로 모든 경찰 개개인은 항상 자신의 행동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경찰 조직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는지 늘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기를 거듭 당부하면서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보다 철저히 살피며 오직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직무 집행을 하는 새 경찰 모습을 기대한다.

[글(사진) : 김중근 서울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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