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류인플루엔자' 전국 확산‥'질병재앙' 이다

서울투데이l승인2008.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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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질병재앙, 국가차원서 신속한 근본적 대책을...
美수입 쇠고기 문제, 국민을 위한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본지  발행인 겸 CEO. 김중근  
▲ 본지 발행인 겸 CEO. 김중근

[서울투데이] 2003년 전 충북 음성군에서 500만 마리의 닭 폐사와 15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고, 지난 2006년 11월, 전북 익산에서 6000여 마리의 닭이 집단 폐사해 양계장 주위 500m 이내의 닭과 개, 돼지, 염소까지 도살 처분하는 등, 독성과 전파력이 강한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또 전국으로 찾아왔기에 이제는 한국이 AI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AI는 조류, 특히 닭의 인플루엔자인데 전 세계가 놀라는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사람의 신형 슈퍼독감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과민반응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AI 중 H5N1은 독성이 강한 고병원성이고, 조류로부터 사람에게 직접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진작 예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군인 한 명이 감염돼 입원치료을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렇듯 H5N1은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퍼져 있고, 1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냈으며, 끊임없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 신형 AI 바이러스로의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력은 없으나 전문가들은 분명히 지적했다.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 이며, 고려대 의대 석좌교수인 박승철 교수는  "자체 유전자 변이로 H5N1의 독성과 사람 간 전파력을 겸비한 신형 슈퍼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형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AI가 인간의 슈퍼독감으로 바뀌고 인류의 독감 재앙이 시작될 것이다. 그 전까지 조류와 인류의 인플루엔자는 확실히 구별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서 지난달 28일 이후 폐사한 닭·꿩·칠면조 가운데 꿩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강원도 춘천에서도 지난 4일 닭과 오리가 무더기 폐사했고 그에 앞서 울산, 경북 영천, 대구 수성, 경기 안성에서 죽은 닭과 오리도 AI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4월 초 전북에서 처음 발생한 AI가 한 달 만에 제주도를 뺀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번 AI로 살(殺)처분된 닭과 오리는 650만 마리로, 2003~2004년 520만 마리를 이미 뛰어넘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많은 학자들은 AI 바이러스가 인체 간 전염이 이루어져 대유행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조류독감 바이러스. 많은 학자들은 AI 바이러스가 인체 간 전염이 이루어져 대유행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춘천, 영천, 서울에서 발생한 AI는 재래시장에서 한두 마리씩 사 온 닭과 꿩에서 발병했다. 재래시장에 감염된 닭과 오리가 나돈다는 것은 AI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가 도심 텃새인 공원 비둘기에까지 퍼져 나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간 AI는 주로 추운 겨울에 발생했지만 올해는 25도를 넘는 기온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엔 오리의 경우 AI에 감염돼도 집단 폐사하는 일은 없었지만 올해는 오리가 모두 죽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번지는 AI 바이러스가 변이(變移)된 신종으로 한국의 풍토병이 돼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 동안 3차례의 독감 재앙으로 각각 5000만, 100만, 70만 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의 전사자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다. 1997년 홍콩에서 H5N1이 처음으로 6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인류가 계속 공포에 시달리는 이유는 슈퍼독감의 조상이 모두 AI였고, 마침 40년 발생 주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신형 슈퍼독감에 대한 백신이 없어서 발생 지역 인구의 20%가 발병하고, 그중 10%가 중증으로 입원하며, 입원 환자의 3%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3만 명이 슈퍼독감으로 희생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는 테러 공포에 시달리는데 폭탄이나 독가스보다 세균전, 즉 생물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병균은 보이지 않고, 냄새가 없으며, 부피가 작다. 게다가 제조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서, 누가 어디서 뿌린 줄 모른다. 반면 피해가 크고 특히 심리적 공황 상태에 쉽게 빠뜨릴 수 있어 테러 무기로는 최고로 꼽힌다. 생물 테러 무기의 후보 중 하나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지금까지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AI에 관계당국과 정부 차원에서 잘 대처해 왔다. 그러나 국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일을 질병관리본부나 수의과학검역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자연은 대재앙 전에 작지만 확실한 경고를 보낸다. AI는 언제 어디서나 신형 슈퍼독감으로 변할 수 있고, 생물 테러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신종 전염병의 발생 동향은 질병 재난의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전문가들은 이미 누차 강조했다.

정부는 AI 등 신종 전염병을 보건의료 차원이 아닌 질병 재난으로 보고, 국가 안전 보장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최고위 보좌관이나 안보팀에 전염병 전문가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방역 당국을 지원하고 전염병 학자를 육성하는 데 소홀했던 탓에 우리의 방역 행정력은 수시로 터지는 질병 재난 위협에 그때그때 대처하는 수준이다.

현재 美수입 쇠고기 광우병 문제로 온 국민이 곳곳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극심한 우려를 하고 있고,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 세계보건기구(WHO)는 2006년 5월 23일, 조류독감(AI)의 사람간 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고위 공직자들이 닭요리를 시식 하면서 잘 조리를 하면 인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홍보를 하고있다.

KBS는 7일 오전, 닭요리를 해보이는모 프로그램에서  "설사 AI에 감염된 닭고기라 할지라도 85도 정도의 열에서 3분만 익혀서 먹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발언하는 모 전문가의 말을 당당히 방영했다. 그렇다면 감염, 폐사된 그 많은 닭들을 구지 살(殺)처분 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도 하루 한 끼의 식사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데...!

이에, 정부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 지진을 막을 순 없어도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방역 당국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민간 주도의 전염병퇴치연구사업단 같은 것을 설치해 전문가를 지원 육성함으로써 전염병으로 인한 재난 및 생물 테러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조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 수입산 쇠고기 문제도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실행코자 하는 정책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으로 이해와 신뢰를 얻어서 어느쪽이 진정으로 국익에 반영되는 것이며, 국민을 생각하는 정책인지 좀더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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